새해부터 은행권 '생산적 금융' 러시…조달비용 상승이 '변수'


은행채 5년물 3.5%대…NIM 압박 우려

새해 시중은행들의 생산적 금융 사업이 확장되고 있지만, 오히려 기업금융 규모는 상승세가 정체되는 모습이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새해 들어 금융그룹사들의 전략을 중심으로 시중은행들이 기업금융과 첨단산업 지원 등 '생산적 금융'에 대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지만, 기업금융 실적은 오히려 감소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더불어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인해 조달비용 상승 압박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NH농협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그룹들은 올해 경영전략회의에서 생산적 금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KB금융은 최근 '2026년 상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을 개최하면서 그룹의 구조적 등급 향상을 위해 전환과 확장을 주제로 잡고, '생산적 금융·포용적 금융·신뢰받는 금융'과 관련한 금융 대전환을 가속화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금융그룹도 2026년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생산적 금융을 핵심 전략으로 선정하고, △우량 사업 선점 △AI 기반 업무 효율화 △새로운 리스크관리 체계 정립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우리금융은 지방 스타트업 발굴·지원을 위해 최근 서울과 부산, 경남 지역에 스타트업 협력 사업 '디노랩'을 추진한다. 스타트업에 사무실 제공, 전문가 멘토링 제공, 투자유치 등 사업화 지원, 해외진출 지원 등을 돕는다.

특히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을 필두로 생산적 금융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기업금융 특화 조직 'BIZ프라임센터' 강남점을 개소하는 등 오프라인 지점을 늘리고 있으며,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한화그룹과 '첨단전략사업 생태계 구축 위한 금융 지원 협약'을 맺고 방산 부문 지원도 시작했다.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는 금융그룹도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지난 11월 만든 '그룹 생산적 금융 추진위원회'를 '그룹 생산적 금융 추진단'으로 격상시켰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속도감 있게 실행하고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적 금융 통합 추진·관리한다는 방침이다.

NH농협금융지주도 생산적 금융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모험자본·에쿼티(Equity) 분과 △투·융자 활성화 분과 △국민성장펀드 분과 △포용금융 분과 총 4개 분과의 운영을 시작했다.

NH농협은행은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 과정에서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인수금융 신용평가모형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신용평가모형은 피인수 기업의 미래 현금창출능력과 사업 성장성을 중심으로 정밀 분석하고, 담보나 과거 실적에 치중했던 기존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과 혁신성이 높은 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이처럼 연초부터 생산적 금융에 대한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오히려 생산적 금융 실적은 감소하는 모습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7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12월에는 오히려 줄어들었고, 올해도 정체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 830조6000억원이던 기업대출 잔액은 8월 836억8000억원, 9월 841조1000억원, 10월 846조3000억원, 11월 849조4000억원이었으나, 12월에는 844조7000억원으로 증가액이 줄었다. 올해 1월 22일 기준으로도 844조9000억원으로 약 2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연초 기업대출이 부진한 배경으로는 은행채 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의 조달비용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7일 기준 은행채 3개월물은 2.82%로 0.11%포인트 상승, 장기 지표인 은행채 5년물은 0.19%포인트 오른 3.51%로 집계됐다.

은행채 금리 상승은 은행이 돈을 빌리기 위해 시장에 채권을 발행할 때 더 높은 이자를 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전체 평균 조달금리가 올라가고, 그만큼 은행의 이자 비용이 늘어나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 연초는 기업들의 재무비율 관리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하는데, 이로 인해 대출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면서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은행 입장에서는 자금조달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대출 구조를 정밀화해 우수기업을 선별적으로 공급하고, 비이자이익을 강화해 마진을 보전하는 등의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 유입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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