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코스피 지수가 마침내 종가 기준 5000을 달성하면서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 이정표를 새로 썼다. 장 초반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로 약세장을 이어가다가 오후 들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앞서 랠리를 주도한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형주를 향한 폭발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오천피' 고지를 가뿐히 넘긴 결과다.
27일 한국거래소(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3% 오른 5084.85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는 장중 최고가이며 외인과 기관이 각각 8492억원, 2374억원을 순매수하면서 견인차 역할을 했다. 개인은 1조198억원을 순매도해 차익실현에 집중했다.
역사를 쓴 날 거래소의 표정도 밝았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전광판 앞에는 장 마감 전부터 거래소 직원들과 투자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상기된 표정으로 5000이 넘게 표시된 전광판을 바라봤다. 종가 전광판에 '5084.85'가 새겨지는 순간 현장을 지키던 거래소 직원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부 박수를 보내는 이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 투자자 A씨는 "지난주 장중 5000 터치 후 숨 고르기가 길어지는 줄 알았는데, 하루 만에 5100선까지 위협하는 속도에 전율을 느꼈다"며 "국장도 체급이 달라진 것 같아 앞으로도 더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백전노장 투자자의 감회는 더 깊었다. 지난 1990년대부터 주식투자를 해왔다는 70대 남성 투자자 B씨는 "아침에 뉴스를 보니 트럼프(대통령)가 또 관세를 올린다고 몽니를 부려서 '국장은 또 안되겠다'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면서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금융위기를 다 겪으면서 버텼는데, 살다살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조금 감격스럽다"고 소회를 전했다.
거래소도 이날 장 마감 직후 세레머니를 하는 행사를 열며 사상 첫 코스피 5000 돌파에 화답했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해외 출장 중으로 참석하지 못했으나, 거래소 직원들과 취재진, 개인 투자자들이 모여 축포를 터뜨리는 순간을 함께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시장 상황은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미 무역합의에 대한 특별법이 국회를 아직도 통과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한국 자동차 등 품목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15%에서 25%까지 올리겠다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현대차, 기아 등 대형주들이 급락하며 장 초반 분위기는 무겁게 짓눌렸다.
그러나 그간 랠리를 이어온 코스피의 뒷심은 강했다.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AI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대한 확신이 관세 공포를 압도하면서 다시 강보합으로 전환했고,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폭등이 이어지면서 그래프가 가파르게 위로 치솟았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4.87% 오른 15만9500원에,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8.70% 상승한 80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실적 발표를 앞두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압도적 호황이 숫자로 증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을 지배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코스피 종가 5000 돌파를 축하했다. 금융투자협회는 27일 축하 메시지를 통해 코스피 5000 돌파는 70년을 넘은 우리 자본시장만의 성과일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이 국가의 성장엔진으로 작동하며 대한민국 경제 대도약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코스피 5000은 지금 세대의 성과이자 역사적 기록이지만, 미래 세대에게는 큰 도약과 희망을 키우는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이제 자본시장 새역사의 출발점에서 다음 페이지를 무엇으로 채울지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