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5000선을 돌파하며 새 이정표를 세웠다.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증시가 전인미답의 영역에 진입해 쾌거를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상승세가 AI 등 일부 대형주에 집중된 점과 내수 부진 등 경제 기초체력이 회복되지 못한 상황은 불안 요소다. <더팩트>는 코스피5000 시대가 갖는 의미와 함께 오천피가 '사상누각'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혁신과 성장 등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코스피 5000에 이어 코스닥도 1000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지수 레벨이 한 단계 높아진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다음 상승 동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을 국내 증시로 되돌리겠다는 정부의 '국내시장 복귀계좌(RIA)'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세제 혜택을 앞세운 RIA가 실제 자금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가 향후 국내 증시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636억달러(약 237조원)로, 1년 전보다 46% 급증했다. 올해 1월에는 1718억달러(약 248조9038억원)까지 늘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환율 변동과 글로벌 증시 상승이 맞물리면서 해외 주식 투자 규모가 빠르게 확대된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자금 흐름을 국내 증시로 되돌리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 정책으로 꼽히는 것이 'RIA'다. RIA는 해외 주식을 매도한 뒤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할 경우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신규 계좌다. 정부는 세법 개정을 추진해 다음 달부터 계좌를 본격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해외 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1년간 국내에 투자하면, 해당 해외 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공제 한도는 1인당 매도금액 기준 5000만원이다. 투자 대상은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등으로 제한된다.
해외 주식을 빨리 매도할수록 세제 혜택은 커진다. 공제율은 1분기 매도 시 100%, 2분기 매도 시 80%, 3~4분기 매도 시 50%가 적용된다. 정부가 제도 초기에 조기 환입을 유도하기 위해 '시간차 인센티브'를 둔 것이다.
예를 들어 A씨가 5000만원 규모의 해외 주식을 매도해 2000만원의 양도 차익을 얻었다면, 기존 제도에서는 연간 기본공제 250만원을 초과한 1750만원에 대해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이 적용돼 약 385만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RIA 계좌를 활용해 올해 1분기 내 해당 금액을 매도할 경우, 100%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증권업계도 RIA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은 RIA 계좌에 대한 고객 인식과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사전 고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설문 결과 RIA 계좌에 대해 대략적으로라도 알고 있다는 응답은 81%에 달했고, 향후 RIA 계좌를 통해 세제 혜택을 활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65%로 나타났다. RIA 세제 혜택을 위해 해외 주식을 매도하고 국내 주식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도 69%로 집계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업계에서는 RIA가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RIA 정책으로 인해 환입되는 자금 규모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환율 안정과 국내 자본시장에는 우호적인 정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내용은 소득세법과 하위 규칙에서 확정되며, 인센티브의 강도에 따라 개인 투자자의 국내 복귀 규모도 결정될 것"이라며 "해외 주식 매각 대금을 국내에 장기 투자할 경우 해외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비과세하겠다는 정책인 만큼 국내 수급에는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세제 혜택만으로 서학개미들의 투자 방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세금 정책은 분명 유인책이 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향한 근본 원인과 동떨어져 있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국내 증시의 구조적 매력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번 대책이 얼마나 실질적인 자금 이동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환율이 오를수록 해외 주식 투자에 대한 환차익 기대가 커지면서, 세제 혜택을 내세운 RIA 정책의 효과가 일부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 비중을 유지하려는 유인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RIA의 성패는 세제 인센티브뿐 아니라 환율 흐름과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까지 맞물려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