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발목 잡는 상가 갈등…"빼고 가자" 단지도 속속


개포주공6·7단지 상가 갈등에 분양신청 철회
목동·강남 등 상가 제외하고 재건축 추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19일 조합원 분양신청 공고 철회 공고를 올렸다. /공미나 기자

[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상가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상가 조합원들의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분양권)을 두고 소송전도 이어지고 있다. 상가가 정비사업의 걸림돌이 되자 아예 상가를 빼고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도 생겨나고 있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19일 '조합원 분양신청 공고 철회 공고'를 올렸다.

조합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법원이 상가 소유주들과 합의한 분양비율 등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조합원의 손을 들어줬다.

조합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총회결의 무효확인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관리처분계획 수립 조정, 관계 법령 및 행정 해석 재검토 등 분양신청 기준 여건에 대한 변화가 발생했다"며 "조합은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분양신청 관련 내용을 전면 재정비해 조합원님께 통지, 안내자료를 배부한 이후 다시 분양신청을 받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합은 2023년 12월 임시총회를 열고 상가 소유주에게 입주권을 주기 위해 1층 상가의 3.3㎡당 감정가액의 3.1배 적용, 2층은 1층 산정가액의 55%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일부 조합원이 산정비율에 반대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상가 소유주의 이익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법원이 조합원 손을 들어주며 사업 지연은 불가피해졌다.

개포주공6·7단지 외에도 재건축 과정에서 조합과 상가 간 갈등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서초구 신반포2차 역시 조합이 상가 소유주에게 아파트 입주권을 주기 위한 분양 기준을 완화하기로 합의하고 2022년 총회에서 동의율 54.7%로 가결됐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은 조합원들의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조합원 전원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조합원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도시정비법상 전원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 조합이 승소했다.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재건축 사업에서 주택 입주권을 획득하거나 상가 조합원 수를 늘려 상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상가 쪼개기는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 왔다. 상가 쪼개기는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을 받기 위해 상가 지분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상가 소유주는 원칙적으로 재건축 후 상가만 분양받을 수 있지만 조합이 정관에 명시하면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어서다. 상가 쪼개기를 할 때 조합원이 증가하고 이들에게도 입주권이 돌아갈 경우 일반 분양물량이 줄어들어 재건축 사업성이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

서초구 신반포2차 역시 조합이 상가 소유주에게 아파트 입주권을 주기 위한 분양 기준을 완화하기로 합의했지만 갈등을 겪으며 소송이 진행 중이다. 사진은 신반포2차 투시도. /현대건설

상가를 포함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상가 조합원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상가 소유주들은 조합설립 과정에서 '동별동의요건'을 무기로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합은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상가 소유주들에게 주택 입주권을 줬다.

지난해 5월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율의 경우 동별(복리시설 포함) 소유주의 2분의 1 이상 동의를 받던 것을 복리시설(상가)에 대해서는 소유주의 3분의 1 이상으로 완화됐다. 현행법상 상가 전체를 하나의 동으로 본다. 2024년 1월에는 도정법 개정을 통해 재건축 상가 지분 쪼개기를 금지했다. 상가도 주택처럼 권리산정기준일(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시점) 이후 지분이 분할된 경우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 청산하도록 했다.

조합과 상가 소유주 간 갈등이 계속되자 상가를 아예 배제하고 재건축을 추진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양천구 목동8단지가 대표적이다. 목동8단지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재건축시 상가 제척 안건을 95.6%의 동의율로 가결했다. 다음 달 8일 조합설립 총회를 연다. 추진위는 상가 동별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가를 빼고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강남구 대치우성1차·쌍용2차와 송파구 잠실우성4차도 상가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 상가를 짓지 않기로 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쪼개기 한 상가 조합원들이 얻는 입주권 프리미엄은 일반분양을 했다면 다른 조합원들이 가져갔어야 하는 몫"이라며 "상가 소유주가 부당한 개발이익을 얻기 힘들게 하려면 조합원 분양가를 시세 대비 할인해서 공급하는 것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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