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장민영 기업은행장 제청에 노조 '출근 저지'…취임 초 리더십 시험대


금융위 "리스크관리 전문성" 강조…노조는 '총인건비제·예산·인력 자율성' 해법 요구하며 강경 대응

23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기업은행 문제 해결 대안 없는 행장 임명에 반대한다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IBK기업은행 차기 행장으로 장민영 IBK자산운용 대표가 임명 제청되면서 '수장 공백'은 일단락 국면에 들어섰다. 다만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기업은행 문제 해결 대안 없는 행장 임명에 반대한다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면서 새 행장은 취임 첫날부터 노사 갈등을 풀어야 하는 리더십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신임 중소기업은행(IBK기업은행) 은행장으로 장민영 IBK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은행법 제26조에 따라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 후 대통령 임명 절차를 밟는다.

금융위는 장 내정자에 대해 기업은행에서 리스크관리그룹장(부행장), 강북지역본부장, IBK경제연구소장, 자금운용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금융시장 이해도와 리스크관리 전문성을 쌓아온 인사라고 설명했다. '내부 출신' 카드를 통해 조직 안정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다만 이날 장 행장은 기업은행 노조와 갈등 탓에 출근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장 행장은 이날 오전 8시 50분께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도착했으나 건물 출입문을 가로막은 기업은행 노조원들과 10여분간 대치한 뒤 입구로 들어서지 못했다. 노조원들은 장 행장에게 "(체불임금 지급 문제 해결 등과 관련해) 대통령의 약속을 받아오라"고 소리쳤다. "행장 선임 거부한다" "빈손 행장 거부한다" "돌아가십시오"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기업은행 노조는 오전 7시 45분께부터 출근 저지 시위를 준비했으며 오전 8시께부터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장 행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님의 지시 사항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거를 알고 있고, 저 역시 기업은행 임직원들의 어떤 소망을 잘 알고 있다"며 "이 문제를 제기하는 데 있어서 노동조합의 힘이 컸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저 역시 노사와 협심해서 이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23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장민영 행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님의 지시 사항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거를 알고 있고, 저 역시 기업은행 임직원들의 어떤 소망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영 기자

노조의 반발은 임명 제청과 동시에 전면화된 상황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성명서에서 △기업은행 예산·인력 자율성 확보 △기업은행 총인건비제 모순 해결 등을 거론하며, 이를 완수할 적임자라는 확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조 압박이 커진 배경에는 최근까지 이어진 노사 현안이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높은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고, '총액인건비제' 아래에서 누적된 수당 문제 등 임금 이슈 해결을 요구해 왔다. 이런 구도가 '행장 공석' 장기화 국면과 겹치며, 새 수장의 취임 직후부터 노사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인선은 '공백' 자체가 길었다는 점에서도 부담이 크다. 김성태 전 기업은행장이 1월 2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뒤 기업은행은 김형일 전무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다. 행장 인선이 공식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린 만큼, 취임 직후에는 노사 갈등 외에도 내부통제·정책금융 등 복수 과제가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오전 7시 45분께부터 출근 저지 시위를 준비했으며 오전 8시께부터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이선영 기자

노조는 전 직원에게 미지급된 보상 휴가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추가적으로 특별성과급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추산에 따르면 총인건비 제도로 인해 수당 대신 받고 사용하지 못한 보상휴가 환산액은 1인당 600만원, 전체 규모는 780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장 행장의 취임 메시지와 첫 조치가 갈등의 방향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행장은 금융위에, 금융위는 청와대에, 민주당은 다시 금융위에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이행시킬 대안 없이는 단 한 발짝도 기업은행에 못 들여놓는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