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정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사정권에 들었다. 특히 자사주 보유 비중이 51%에 달하는 신영증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영증권은 1994년 10월 첫 자사주 매입 이후 단 한 차례도 매각에 나서지 않았는데 3차 상법 개정안 처리 이후 자사주 소각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 3차 상법 개정안, '회장님 방패' 자사주에 칼날되나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영증권의 자기주식은 842만2754주, 보유비율은 발행주식의 51.23%에 달한다.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보다 회사가 금고에 쌓아둔 주식이 더 많은 기형적 구조다.
자사주 소각에 나서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지배구조에 있다. 최대주주 원국희 명예회장(10.42%)과 원종석 회장(8.19%)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64%에 불과하다. 자사주 지분을 제외하면 지분율이 20% 남짓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안정적 지배력이 있다고 보기 힘든 구조다.
그동안은 과반이 넘는 자사주를 통해 사실상 70%가 넘는 우호 지분을 보유한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해 자사주 전량 소각이 의무화된다면 지배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신영증권은 자사주 소각을 회피해왔지만 정부와 국회가 3차 상법 개정안 처리에 뜻을 모으면서 수세에 몰린 상황이 됐다.
코스피 5000 특별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면 취득일에서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기존 자사주를 보유 중인 기업이라면 법이 시행된 날로부터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한다. 임직원 보상 등 특정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자사주 보유 또는 처분이 가능하지만 회사가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을 세워 매년 주총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신영증권은 1년 6개월 이내에 30년간 금고에 쌓아둔 자사주를 전량 소각해야 한다. 보유·처분 계획 승인없이 자사주를 1년 이내 소각하지 않거나 계획 내용을 위반했을 때는 이사 개인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3차 상법 개정안의 빠른 처리를 주문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에서 3차 상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여당이 3차 상법 개정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국회 통과는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 다른 증권사는 자사주 소각 속도...신영증권 압박 커지나
정치권에서 압박이 커지자 증권업계는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약 8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30년까지 보통주 및 우선주 1억주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키움증권은 2026년까지 자사주 209만주가량을 소각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전체 발행주식의 7.99%에 해당하는 보유 자사주 209만여주를 올해까지 단계적으로 소각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는 새로운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3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보통주 약 340만주를 매입 후 소각했다. 약 500억원 규모다.
정부 정책에 빠르게 호응한 증권사들은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누리고 있다. 특히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은 KRX증권지수를 구성하는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을 웃돌았다. 해당 지수는 대형·중소형 증권사 14개로 구성된 업종 지수이다. 키움증권의 PBR은 1.35배, 미래에셋증권은 1.38배를 기록했다.
반면 신영증권은 0.61배에 그쳤다. 경영권 방어에 치중해 주주환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은 당장 자사주 소각 처리 계획은 없지만 개정안이 처리되면 취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자기주식 소각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다"면서도 "3차 상법 개정안이 확정되면 개정된 법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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