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요즘 10대 학생들은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스마트폰에 익숙하다 보니, 전화기의 수화기를 직접 들어 귀에 대보는 경험 자체를 신기해합니다."
지난 22일 광화문 KT사옥 2층에서 열린 브랜드 체험관 'KT 온마루' 전시 해설사의 설명은 묘한 격세지감을 불러일으켰다. 기성세대에겐 추억의 상징인 다이얼 전화기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쥔 알파세대에게는 만져본 적도 없는 '고대 유물'이 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KT는 이처럼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세대가 '연결'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140여 년의 통신 역사를 한 공간에 모았다.
KT 온마루가 설치된 광화문은 1885년 한성전보총국이 문을 열며 대한민국 통신의 역사가 시작된 상징적인 장소다. 공간의 이름인 '온마루'에는 KT의 지향점이 담겨 있다. '온'은 '모두'를 뜻하며, '마루'는 '가장 높은 곳'이자 '중심이 되는 장소'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지난 1885년 시작된 KT의 기술 여정이 모여 새로운 가능성,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을 연결하는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다.
전시관 초입은 한성전보총국 개국 당시의 풍경을 재현한 '시간의 회랑'으로 이어졌다. 한성전보총국은 KT 역사의 시작점이다. 1885년 첫 전신 업무를 시작한 이래, 국가 통신을 담당하던 체신부와 1981년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한국전기통신공사(KTA)를 거쳐 민영 기업 KT로 거듭나기까지 140여 년의 맥을 짚은 공간이다.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타자기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사극 드라마나 첩보 영화에서나 접했을 법한 타자기처럼 생긴 투박한 전신기가 놓여 있었다. 해설사는 "당시 전보 10글자 발송 비용이 50원 수준이었는데, 라면 한 개가 10원이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가였다"고 설명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긴 문장을 '새해 건승'으로 줄여 보냈던 흔적들은 통신 비용이 비싸 대중적이지 않았던 시대상을 비췄다. 이어 1896년 덕수궁에 설치된 한국 최초의 전화기 '덕률풍'과 전화교환기가 전화기 연대기가 본격 시작됨을 알렸다.
1970년대 유선전화 공간은 전화기가 '귀하신 몸'에서 '생활 필수품'으로 넘어가는 대중화 시기를 보여줬다. 해설사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백색 전화'와 '청색 전화'를 언급했다. 그는 "개인 소유가 가능해 사고팔 수 있었던 '백색 전화'는 당시 매매가가 아파트 한 채 값인 200만~300만원에 달했다"며 "전화 보급을 늘리기 위해 국가가 소유권을 갖고 가입자에게 사용권만 임대해 주는 '청색 전화' 제도를 운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손가락을 구멍에 넣고 끝까지 돌려야 신호가 가는 다이얼 전화기 체험은 세대 간 감회가 크게 엇갈리는 공간이다. 기성세대는 익숙하게 다이얼을 돌리며 회선 하나를 온 가족이 공유하던 추억을 떠올리지만, 터치스크린에 익숙한 10대는 구멍 난 다이얼을 난생처음 보는 장난감처럼 신기하게 바라본다는 것이 해설사의 설명이다. 빨간색, 은색 공중전화가 늘어선 코너 또한 마찬가지였다. 수화기 위에 10원짜리 동전을 남겨두는 것이 미덕이었던 아날로그 감성과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보고 "이거 만화책 아니냐"고 묻는다는 디지털 세대의 호기심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유선전화 시대를 지나면 '삐-이-익' 하는 특유의 모뎀 연결음이 들리는 PC통신 존이 나타난다. 1990년대 하이텔 단말기와 파란색 채팅 화면은 '정보화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해설사는 "전화선을 연결해 통신하던 시절, 몰래 게임이나 채팅을 하다가 전화 요금 폭탄을 맞아 혼났던 에피소드가 많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초고속 인터넷 '메가패스'와 국내 최초 상용 인터넷 '코넷' 등 IT 강국 대한민국의 기틀을 닦았던 KT의 발자취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개인 통신 시대로 넘어오며 전시는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전화로 이어졌다. '8282(빨리빨리)', '1004(천사)', '827(파이팅)' 등 숫자로 의사를 표현하던 시대를 회상할 수 있게 했다. 벽면에는 1세대 '벽돌폰'부터 2세대 플립·폴더폰, 3세대 슬라이드폰, 4세대 스마트폰까지 실물 기기가 연대순으로 배치됐다. 해설사는 "과거에 사용했던 기기를 보며 추억에 빠지는 방문객들이 많다"며 가장 관심이 몰리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과거의 기록을 지나 마주한 곳은 빛과 소리로 가득 찬 '빛의 중정'이었다. 1980년대 국산 전자식 교환기 'TDX'를 모티브로 한 미디어아트 공간이다. 사방을 감싼 빛과 사운드는 정보가 끊임없이 흐르는 거대한 통신망 안에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줬다. 관람객이 키오스크에서 본인의 사진을 찍으면 AI가 이를 예술 작품으로 변환해 벽면에 띄워주는 체험으로 기술이 예술로 승화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고 해설사는 설명했다.
전시의 마지막인 '이음의 여정'은 현재 통신업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AI 기술로 귀결됐다. 이곳은 KT가 표방하는 'AICT(AI+ICT) 기업'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KT가 개발한 한국어 기반 AI 체험 공간, 방문객이 그림을 그리면 생성형 AI가 정교한 모습으로 완성해주는 'AI 라이브 드로잉' 등은 통신망 위에서 구현하는 KT의 AI 기술을 뽐내고 있었다.
윤태식 KT 브랜드전략실장은 "온마루는 KT의 역사와 비전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공간"이라며 "광화문을 찾는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KT만의 고유한 가치와 정체성을 담은 새로운 전시 콘텐츠를 지속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KT 온마루는 일요일을 제외한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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