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100% 관세' 압박에 대해 낙관적인 메시지를 냈으나, 반도체 업계에서는 여전히 긴장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 관련 질문에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는다"며 "통상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로, 격렬한 대립 국면과 불안정 국면에서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예상치 못한 요소들이 워낙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하나에 너무 일희일비하면 중심을 잡을 수 없다"며 "이럴수록 자기중심을 뚜렷하게 갖고 정해진 방침과 원칙에 따라서 대응해 나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의 마이크론 신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메모리 생산 기업은 2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메모리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 부과가 미국에 물가 상승 등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 국익에 부합하지 않으니, 결과적으로 100% 부과는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문제는 대만과 대한민국의 시장 점유율이 80~90% 이렇게 될 텐데, 100% 관세 올리면 아마 미국의 반도체 물가가 100% 오르는 결과가 오지 않을까 싶다"며 "기업이 조금은 부담하게 될지 모르지만, 거의 대부분은 미국 물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낙관적인 전망에도 반도체 업계 내 분위기는 여전히 긴장 상태다. 이 대통령이 발언이 설득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앞날을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과 다양한 셈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은 반도체 품목 관세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명확한 숫자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구체적인 합의 없이, '최혜국 대우'만 약속받았다. 미국은 관세를 무기로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 미국 내 투자를 늘리려는 목적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품목에 대해선 관세를 어떻게 부과해야 할지 미국도 영향 평가 차원의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압박만 하고, 기업들은 예의주시하며 긴장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고, 앞으로 정부 협상을 잘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자강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이 당장 과세를 매기기 어렵지만, 결국엔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시기의 문제"라며 "관세 리스크를 줄이려면 우리 기업 자체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의 관세 발언을 놓고 "낙관적 전망이 아닌, 관계부처에 더 잘 준비해서 더 잘 협상하라는 큰 과제를 던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관세 관련 발언 말미에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우리에겐) 유능한 산업부 장관과 협상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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