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이커머스 업계 판도가 안갯속 형국이다. 보안 사고 여파로 이용자가 이탈했던 쿠팡이 '보상 쿠폰'을 앞세워 이용자 수를 회복한 가운데, 경쟁사들 역시 이용자와 거래액이 동반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특정 플랫폼에 정착하지 않고 혜택에 따라 여러 앱을 동시에 사용하는 '플랫폼 유목민(Nomad)'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 '5만원 쿠폰'의 효과?…쿠팡, 40일만에 이용자 1600만명대 복귀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쿠팡은 보상 쿠폰 지급을 기점으로 이용자 지표를 단숨에 회복했다.
21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1인당 5만원 상당의 구매이용권 지급을 시작한 다음 날인 지난 16일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1638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7일 이후 약 40일 만에 1600만명대를 회복한 수치다.
쿠폰 지급이 시작된 15일 당일 앱 신규 설치 건수는 약 2만건에 육박했고, 이튿날에는 3만4000건을 넘어섰다. 지난 한 달 대비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쿠팡이 보상안으로 지급한 쿠폰 때문에 떠났던 고객들이 돌아온 셈이다.
다만 전 연령대에서 실제 결제액은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일간 카드 결제 추정액 데이터를 살펴보면, 설치 건수가 가장 극적으로 늘어난 16일에 오히려 전 연령대의 결제 금액은 14일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아이지에이웍스 측은 "고객 유입을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제 지갑을 열기까지 유저들은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며 "대중의 시선을 모으는 일차적 목표를 달성한 만큼, 앞으로는 이들의 높은 관심을 실질적인 만족도로 연결하는 것이 쿠팡의 과제"라고 분석했다.
◆ 컬리·SSG닷컴 등 '탈팡' 반사이익으로 약진
쿠팡이 흔들리는 사이 '탈팡(쿠팡 이탈)'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경쟁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신선식품 강자인 컬리는 지난해 12월 주문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증가했으며,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449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유료 멤버십인 '컬리멤버스' 가입자가 1년 새 94% 폭증하며 충성 고객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SG닷컴 역시 '탈팡'의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SSG닷컴의 일평균 신규 방문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30% 급증했고, 쓱배송 첫 주문 회원 수도 53% 늘었다. SSG닷컴은 쓱배송 상품 구매 시 7%를 적립해주는 멤버십 '쓱세븐클럽'을 출시하고, 즉시 배송 서비스인 '바로퀵'의 물류 거점을 상반기 내 90개로 확대하는 등 물류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슈팅배송’을 운영하는 11번가의 올해 첫 2주간 일평균 일간활성이용자수는 151만명으로 직전 2주간 134만명 대비 13%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월간활성이용자수도 865만명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11%가량 증가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 또한 대규모 쿠폰 마케팅을 통해 신규 회원을 40% 이상 늘리며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무신사는 앞서 쿠팡의 5만원 보상안을 겨냥한 듯 같은 규모인 5만원 쿠폰팩을 조건 없이 제공하더니, 곧이어 ‘구빵 쿠폰’이라는 이름의 할인 행사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 혜택 따라 움직이는 '플랫폼 유목민' 늘어나
업계에서는 쿠팡의 이용자 회복과 경쟁사의 호조가 동시에 나타난 현상을 '플랫폼 유목민'의 증가로 해석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소비자들이 쿠팡을 완전히 떠났다기보다 쿠팡의 보상 쿠폰은 챙기면서 동시에 신선식품이나 멤버십 혜택이 강화된 경쟁 플랫폼을 교차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쿠팡의 독주 체제에 눌려있던 경쟁사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의미한 성장 수치를 확인하며 고무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소비자들은 쿠폰과 혜택이 있는 곳으로 언제든 이동할 준비가 되어 있어, 단순한 이용자 수 반등을 넘어 이들을 자사 플랫폼에 묶어두는(Lock-in) 전략적 경쟁이 당분간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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