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반도체 검사용 소켓 제조·판매업체 오킨스전자가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회사는 신주 발행이 아닌 만큼 발행 시점 지분 희석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교환 가능 물량이 잠재 매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제고 기조와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킨스전자는 지난 9일 58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교환사채는 무기명식 무이권부 무보증 사모 방식이며, 조달 자금은 시설투자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공시 내용에 따르면 만기일은 2031년 1월 19일이다. 표면이자는 0%로 별도의 이자 지급일은 없다. 원금은 만기일에 100% 일시 상환된다. 교환비율은 100%이며 교환가액은 1만2180원이다. 교환 대상은 오킨스전자가 보유한 기명식 보통주 47만6513주다.
오킨스전자는 반도체 소켓 제조 수요 증가에 대응해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공시에서 "자기주식 기반 교환사채는 신주 발행이 아닌 이미 발행된 자기주식을 사용하는 구조로, 발행 시점에서는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와 비교하면 단기간 주식 수 증가에 따른 주당가치(EPS) 하락, 지분 희석 논란, 경영권 안정성 저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주주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지금 당장 희석이 있느냐'보다 '자사주를 어디에 쓰느냐'에 가깝다. 최근 국내 증시에선 자사주를 소각해 주식 공급을 줄이거나, 유통 물량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흐름이 부각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주를 소각이 아닌 교환사채의 교환 대상으로 묶어두는 결정이 "주주가치 제고 흐름에 역행한다"는 반응을 낳았다는 것이다.
EB 구조 자체가 주가에 어떤 부담으로 읽힐지도 쟁점이다. 교환사채는 장래에 교환권이 행사될 경우 일정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기 쉽다. 특히 교환가액이 제시되면 주가가 해당 수준을 넘길 때 투자자들이 상단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발행 시점에 신주가 늘지 않더라도, 교환 가능 물량이 잠재 매물(오버행)로 인식되면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종목토론방에서도 우려가 쏟아졌다. 한 주주는 "교환사채 발행한 기업 주가 다 떨어졌다"며 "언젠가는 주가가 1만2000원 위로 올라가겠지 생각하다가 다른 종목처럼 내리 계단식을 당했다"고 적었다. 또 다른 주주는 9일 오전 9시23분 "현재가 1만원으로 5.03% 하락했다"며 주가 화면을 캡처한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논쟁은 시설투자 재원 마련이라는 기업 논리와 자사주 활용은 소각이 우선이라는 주주 정서가 충돌하는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투자 목적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식이 주주환원 관점에서 적절하냐는 질문이다.
업계에서는 주식 공급을 줄이는 흐름이 주당가치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식) 공급 축소는 곧 주당순이익(EPS)의 구조적 상승을 의미한다"며 "주식 수가 줄어드는 시장에서는 상장사가 동일한 이익을 내더라도 주당 가치가 상승한다"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도 "자사주 소각을 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유지되고 주식가치가 올라가게 돼 있다"며 "교환사채 발행은 기존 주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오킨스전자는 자금조달 비용의 효율성, 신속한 조달 가능성, 기존 주주 지분 희석 최소화, 시장 영향 최소화, 재무구조 안정성 유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환사채를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공시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은 주식 수 증가 가능성, 오버행 우려, 주가 변동성 확대, 투자 심리 위축 등 시장에 부정적 신호로 해석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반면, 자기주식 기반 사모 교환사채는 신규 주식의 즉각적인 시장 유통을 수반하지 않으며, 교환 시점 또한 분산되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가에 미치는 단기 충격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향후 관전 포인트로 교환 대상 물량이 전체 발행주식수 및 유통주식 대비 어느 정도인지, 실제 교환이 어떤 속도로 진행되는지 등을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희석이 없다는 설명과 별개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교환 가능 물량이 결국 잠재 매물로 읽히는지가 핵심"이라며 "발행 조건이 공개된 만큼 시장은 구조적 부담 여부를 수치로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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