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영장 기각에도 '딜 문턱' 남았다…자금조달 변수 여전


법원 "구속 필요성 부족"…혐의 판단은 본안으로
LP 실사·인수금융 협상, 이전과 다른 시험대

홈플러스 사태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정환 MBK파트너스 부사장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대표, 이성진 홈플러스 전무(왼쪽부터)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윤정원 기자] 홈플러스 채권 사기 발행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 경영진 4명이 모두 구속을 피했다. 다만 사모펀드(PEF)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형사절차와 별개로 출자자(LP) 판단과 인수금융·유동화 시장에서 자금조달 조건이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영장 기각 배경…법원 "불구속 방어권 보장 필요"

15일 법조계 및 IB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3일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홈플러스 공동대표), 김정환 MBK파트너스 부사장, 이성진 홈플러스 전무 등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 14일 새벽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약 13시간 40분 동안 이어지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박정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사건의 피해 결과가 매우 중한 것은 분명하나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구속할 정도의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소명 정도와 수사 경과를 고려하면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로 인한 구속의 필요성보다는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의 기회가 주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1164억원 규모 채권을 발행·판매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고 보고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김 회장 등 MBK파트너스 임원진이 2023년 말부터 홈플러스의 경영 적자 상황을 보고받았고, 늦어도 지난해 2월에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영장 기각=리스크 해소?…금감원·수사 '별도 트랙' 남았다

다만 금번 영장 기각이 곧 리스크 해소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게 IB 현장의 반응이다. 이번 결정은 구속 필요성 판단에 가깝고, 본안에서의 책임 여부나 감독당국 판단과는 별개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형사절차는 불구속 수사로 이어질 수 있고, 감독당국의 검사·제재 트랙은 별도로 굴러간다. 금감원은 홈플러스 사태와 맞물린 MBK파트너스 관련 제재심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논의를 넘긴 바 있다.

PEF 업계에선 출자·리업 과정에서 질문지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불거진다. 운용사 평판 리스크가 커질수록 LP는 펀드의 내부통제, 투자심의·사후관리 체계, 유동성 관리 방식을 더 촘촘히 확인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최근처럼 감독당국·정치권 이슈가 동시에 걸린 사안은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법원 판단이 나왔다고 해도, LP 입장에선 남은 불확실성을 체크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반응도 들린다.

◆ ABSTB 설명 책임 재점화…인수금융·리파이 조건도 바뀌나

구조화·채권자본시장(DCM) 쪽에선 전자단기사채(ABSTB)를 둘러싸고 '누가 무엇을 알고 팔았는지'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에 주목한다. 유동화 상품은 구조 자체가 복잡한 데다, 신용평가와 판매 과정에서 어떤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가 사후 분쟁의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선 이번 사건이 발행사·대주주뿐 아니라 주관·판매·신평 등 밸류체인 전반의 설명·고지 관행을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현장 반응도 엇갈린다. MBK파트너스는 전날 영장 기각 직후 "법원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회생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성명에서 회생계획안을 두고 "실현 가능성·공정성·형평성·채권자 보호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영장 판단과 별개로 회생 과정에서의 변제 구조가 또 다른 갈등 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당장 인수금융과 리파이낸싱 협상 테이블에서 조건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단기 유동화 의존도가 높은 기업·딜에 대해선 트리거 조항, 사후 공시·보고, 셀다운 조건을 더 촘촘히 보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 있어서다. 대주단이 금리만이 아니라 담보, 재무약정, 조기상환 조건을 함께 강화하는 방식으로 방어막을 높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관련 딜은 자금조달 비용과 속도 모두 이전과 다른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대주단이나 투자자 입장에선 금리만이 아니라 담보, 재무약정, 조기상환 트리거 같은 안전장치를 상세하게 요구할 확률이 높다"며 "결국 협상 과정에서 시간이 길어지고 조건도 보수적으로 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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