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유연석 기자]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의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백화점 업계만이 유일하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원화 약세(고환율) 효과를 등에 업은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증가가 내수 부진을 상쇄하며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유통업계 전반 침체 속 백화점 '나홀로' 도약…고환율이 외국인에겐 '할인 효과'
13일 대한상공회의소의 '2026년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1분기 전망치는 '79'로 집계됐다. RBSI가 100 미만이면 다음 분기 경기가 지난 분기보다 악화할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해당 지수는 지난해 3분기(102) 반짝 회복세를 보인 이후 4분기(87)에 이어 2분기 연속 하락하며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
업태별로는 명암이 뚜렷하게 갈렸다. 대형마트(64), 편의점(65), 슈퍼마켓(67)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물론, 온라인쇼핑(82)까지 모두 기준치 100을 하회하며 부진이 예상됐다. 고물가로 인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고,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 등 고정비 상승이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백화점은 112를 기록하며 전 분기(103) 대비 9포인트 상승, 유일하게 기준치를 웃돌았다. 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불황에도 백화점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배경에는 '외국인 관광객'과 'K-콘텐츠'가 있다.
대한상의는 "K-푸드, K-뷰티, K-패션 등 한류 열풍에 고환율로 인한 원화 약세 현상이 더해져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출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국인에게는 매입 원가 상승 등 부담으로 작용하는 고환율이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일종의 가격 할인 효과를 주면서 구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외국인들의 쇼핑 행태 변화가 백화점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면세점에 집중됐던 외국인들의 쇼핑 동선이 최근에는 백화점과 로드숍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단순히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최신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 중저가 K-패션 브랜드를 구매하려는 '체험형 소비' 트렌드가 확산된 영향이다. 여기에 쇼핑 방식도 가성비 높은 상품을 여러 개 구매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어 백화점 식품관과 패션 전문관의 집객 효과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 올해 외국인 관광객 '역대 최다' 전망…백화점 3사, 외국인 고객 마케팅 전략 강화
이러한 흐름은 백화점 3사의 구체적인 실적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주요 백화점 3사의 외국인 매출 및 방문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0~65%가량 급증했다. 특히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역대 최다인 2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백화점 3사는 외국인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외국인이 많이 찾는 본점과 잠실점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한다. 본점은 전용 멤버십 발급을 확대하고 명동 뷰티 업계와 협업해 콘텐츠를 다각화하며, 데이터 기반 맞춤형 프로모션으로 재방문을 유도한다. 잠실점은 본점의 멤버십 체계를 순차 도입하고 글로벌 간편 결제(알리페이, 위챗페이)와 관광 패스 연계 서비스를 확충했다. 양 점포 모두 상시 상품권 증정 등을 통해 글로벌 쇼핑 허브로서의 입지를 굳힐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주요 점포별로 전략을 세분화했다. 본점은 독보적인 명품 라인업을 활용해 럭셔리 쇼핑 경험을 선사한다. 강남점은 스위트파크 등 K-푸드 연계 콘텐츠를 앞세워 글로벌 MZ세대를 공략한다. 부산 센텀시티점은 크루즈 관광객 대상 프로모션에 집중한다. 아울러 외국인 전용 멤버십 혜택을 확대하고 키오스크 확충 및 전용 라운지 설치 검토를 통해 고객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을 비롯 주요 점포에서 외국인 전용 '글로벌 투어 서포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료 캐리어 보관과 셀프 투어맵 서비스를 제공한다. 7개 언어를 지원하는 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 글로벌'로 맞춤형 정보를 큐레이션하며, 통합 멤버십 'H포인트 글로벌'로 식당 예약과 세금 환급 편의를 돕는다. 또한 태국, 일본, 싱가포르의 주요 유통사와 VIP 제휴를 맺고 글로벌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도 일각에선 좀 더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 박화점 업계 관계자는 "재작년(2024년) 말부터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했었다. 이 같은 기저효과로 지난해나 올해 1분기 전망이 상대적으로 부풀려졌을 수 있다"며 "예단하긴 이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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