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부총리 "출연연 AI 연구, 독자적 역할 찾아야"


과기정통부, 출연연·유관기관 대상 업무보고 진행
데이터 TF 구성, 피지컬 AI 등 차별화된 전략 주문

12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열린 과학기술분야 출연연구기관 업무보고 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더팩트|우지수 기자]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향해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유행하는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국가 연구소만이 할 수 있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라는 것이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종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산하 출연연과 공공기관 28곳의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받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배경훈 부총리는 출연연들이 경쟁적으로 제시한 인공지능(AI) 연구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현재 국내 AI 연구 상당수가 기업과 대학 등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배 부총리는 모든 출연연이 비슷한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배 부총리는 "모든 출연연이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나서면 이것저것 테스트하다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언어모델(LLM)이 만능열쇠가 아닌 만큼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목표 설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보고한 AI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범용 인공지능(AGI)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차별화를 요구했다. 방승찬 ETRI 원장이 차세대 AGI에 대해 "인간의 지식을 뛰어넘는 에이전트 AI가 일정 관리 등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배 부총리는 "그 정도 수준의 AGI는 이미 민간에서 설정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배 부총리는 "미래 에이전트 AI는 더 높은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 과감하게 힘을 실어주고 ETRI는 피지컬 AI용 모델이나 산하 AI안전연구소 등 특화 영역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 역시 "과거와 달리 지금은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이 혼신을 다해 기술을 개발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연연이 이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 근본적인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질책과 함께 구체적인 해법으로 '데이터'와 '협력'을 제시했다. 배 부총리는 출연연이 보유한 양질의 데이터를 AI가 학습 가능한 형태로 가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봤다.

배 부총리는 "AI가 잘 읽을 수 있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모으는 것이 첫 번째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NST 차원에서 출연연 AI 데이터를 생성할 태스크포스(TF)를 꾸릴 것을 제안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의 분자구조식 데이터처럼 각 기관이 가진 고유의 자산을 AI 자원으로 전환하라는 취지다.

아울러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속도전도 주문했다. 최근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26' 등에서 미국과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기업과의 상용화 협력을 독려했다.

한국핵융합연구원 관계자는 "삼성물산 등 대기업 중심으로 투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이 공격적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KSTAR' 연구 데이터도 적극 공유하겠다"고 답했다.

김영식 NST 이사장도 정부의 이 같은 지적을 수용했다. 김 이사장은 "출연연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며 "출연연이 머리를 맞대고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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