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혼이 확정된 가운데 재산 문제를 놓고 진행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이 빠르게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9일 오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노 관장은 이날 재판에 직접 출석했다. 재판 시작 20분 전인 오후 5시쯤 법원에 도착한 노 관장은 'SK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노 관장 측은 앞서 2심, 상고심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노 관장 측 변호인은 '파기환송심에서도 비자금 300억원에 대해 의견을 낼 것인가'라고 묻는 <더팩트> 취재진 질문에 "제가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노태우 비자금'은 1심 결과를 뒤집기 위해 노 관장 측이 내놓은 핵심 카드다. 1심에서 SK 성장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가 인정되지 않자, 노 관장 측은 김옥숙 여사가 보관했던 '선경 300억' 메모와 약속어음(50억원짜리 6장) 사진을 제출했다. 2심은 이를 SK로 흘러 들어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돈으로 인정했고, 재산분할액이 665억원에서 1조3808억원까지 불어났다.
판결 이후 논란은 증폭됐다. 비자금 전달 방식과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 관장 측 주장만으로 비자금 유입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이 전달됐다고 인정하더라도, 이를 통해 SK 성장의 기여분을 책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문 섞인 지적이 이어졌다. 비자금을 딸인 노 관장의 기여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타당성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마찬가지로 대법원은 설령 SK에 300억원이 흘러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법적 보호 가치가 없다며 재산분할에 있어서 노 관장 측 기여로 참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추후 쟁점은 최 회장 보유 SK 주식을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지 여부다. 노 관장이 SK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점, 최 회장 주식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증여받은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 분할액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장기간 혼인 생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상속·증여받은 주식을 부부 공동 재산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노 관장 측은 무형 기여를 통해 SK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파기환송심은 그리 길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 관장 측 변호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날 "이 사건이 너무 오래돼 가급적이면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내리려 한다"고 말했다.
노 관장 측 변호인은 "양측 서면 제출 이후, 이를 검토한 뒤 필요하다면 석명준비명령, 준비기일 지정 등을 통해 추가 심리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별히 심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변론기일을 지정해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것이 재판부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