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행의 대행' 체제에 들어서며 리더십 공백이 한층 심화됐다. 두 달여간 사장 직무대행을 맡아온 이상욱 LH 부사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하고 조직을 떠나면서다. 정부 주택공급 정책의 핵심 실행 주체인 LH의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자, 향후 주택 공급 계획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LH에 따르면 사장 직무대행을 수행하던 이상욱 부사장의 사표가 수리됐다. 이에 따라 직제상 후임인 조경숙 주거복지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의 대행을 맡게 됐다. 이 부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구체적인 배경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신임 사장 선임 절차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LH는 관련 절차에 따라 후보 3명을 추려 지난달 23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추천했지만, 해당 안건은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 후보에는 전·현직 LH 인사 3명만 포함됐고, 외부 인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외부 인사가 포함되지 않는 등 조직 쇄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이를 반려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 부사장에게 "외부에 훌륭한 사람이 없어 내부 사람 중에서 사장을 뽑기로 한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LH는 현재 두 달 넘게 사실상 수장 공백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임명된 이한준 전 LH 사장은 지난해 8월 임기 만료를 3개월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고, 같은 해 10월 면직 처리됐다. 이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으나, 이번 이 부사장의 사퇴로 대행의 대행이라는 이례적인 구조까지 나타나게 됐다.
문제는 이 같은 리더십 공백이 주택공급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LH는 정부 주택공급 정책의 핵심 실행 기관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 들어 주택 공급 확대 기조가 강조되면서 LH의 역할은 더욱 커진 상태다. 정부는 '9·7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5년간 135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중 41%인 55만6000가구는 LH의 몫이다. 막중한 역할을 마는 만큼 조직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최근 수도권 집값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추가 공급 대책과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 등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면 주요 사업 의사결정과 정책 집행에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어떤 조직이든 리더십이 있어야 의사결정이 원활히 이뤄지고 정책 추진에도 힘이 실린다"며 "LH처럼 주택 공급의 핵심 역할을 맡은 기관일수록 빠른 시일 내에 수장이 결정돼야 정부의 주거 정책도 현장에서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LH가 추천안을 철회하고 재공모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LH 측은 신임 사장 재공모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