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칼날 겨눈 李정부…대형 건설사 안전관리 도마 위


안전 외쳤지만 현장 근로자 위험 여전
이재용 산업안전지도사, 안전보건교육 강화 제시

이재명 대통령은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을 뜯어고치겠다며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건설업은 산업재해 발생이 잦은 업종이다. 전체 산재 사망자 절반 가까이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한다.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에 오른 대형 건설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산재는 현장 관리 차원을 넘어 수주 경쟁력과 기업 존립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번지고 있다. 잇단 사망사고는 최고경영진 책임론으로 직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근로자 1인당 산업안전보건관리비 확대와 현장 근로감독 강화가 산재 감소에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산재 사고로 숨진 근로자는 457명이다. 이 가운데 건설업 사망자는 210명으로 전체의 45.95%에 달한다. 시공능력 상위 10대 건설사만 놓고 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1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는 113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20명 넘는 인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현대엔지니어링·포스코이앤씨·대우건설·GS건설·롯데건설 등 주요 건설사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최고경영진은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지만, 현장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생명이 구조적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을 뜯어고치겠다"며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에선 '건설안전특별법'을 포함한 관련 법안 수십 건이 발의되며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 평가에서도 대형 건설사 안전관리 수준은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건설공사 참여자 안전관리 수준평가' 결과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 중 '우수' 등급을 받은 곳은 한화·DL이앤씨·SK에코플랜트다. 현대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은 '보통', 포스코이앤씨는 '미흡'으로 분류됐다.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우 미흡' 등급을 받았다. 해당 평가는 시공능력평가액 산정 과정에서 신인도평가 항목으로 반영된다. 안전관리 성과가 곧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정부는 안전관리 성과를 평가에 반영하는 제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는 주체에게는 명확한 책임을 묻고, 안전관리에 힘쓰는 주체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부여하기 위해 안전관리 수준평가의 평가대상과 결과 활용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건설공사 참여자에게 건설현장 안전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 "산재 사망사고 경제적 손실 11조원 웃돌아"

한국노동연구원은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지난 2023년 기준 11조원을 웃돈다고 분석했다. /박헌우 기자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노동정책연구에 실린 '건설 사업장의 안전보건사고와 영향 요인' 논문에서 "건설업은 우리나라 산재 사망사고의 절반이 발생할 정도로 위험성이 높은 산업"이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지난 2023년 기준으로 11조원을 웃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규모가 큰 사업장은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 비해 유의미하게 안전사고 발생과 심각성에서 높은 빈도와 수준을 보였다"며 "이는 규모가 클수록 참여 인원이 많고 공사의 복잡성이 커지는 현상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건설동향브리핑' 보고서에서 올해 건설산업 안전규제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재 감축에 대한 이 대통령 강력한 의지에 더해 노동부 '건설안전 종합대책'·'안전관리 체계 고도화를 위한 국가계약제도 개선방안'이 입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올해 본격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건산연 관계자는 "현 정부는 산재 근절을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0.29‰)으로 산재사망률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정책 추진을 시행하고 있다"며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에 노동·안전 관련 이슈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고 전했다.

정부는 원·하청 통합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산업안전보건행정 전문화․산재보험제도 혁신·근로자 참여권 강화로 안전한 일터 조성·새로운 유해·위협으로부터 일하는 사람 보호 등 여섯 가지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책의 방향성과 별개로 현장에 얼마나 안착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용 산업안전지도사는 "정부가 근로감독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성과는 미지수"라며 "최고경영자부터 관리책임자·관리감독자·근로자까지 중대재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구조가 먼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현장의 특성에 맞는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안전을 확보한 뒤 작업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산재 감소가 현실이 된다"고 덧붙였다.

◆ 근로자 1인당 산업안전보건관리비 확대…산재 발생 빈도↓

전문가들은 올해 건설업계에 노동과 안전 관련 이슈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노동부

한국노동연구원은 근로자 1인당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높을수록 안전사고 예방 효과가 커진다고 진단했다. 보호장비와 안전시설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며 현장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해 사고 발생 빈도를 낮춘다는 분석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지난해부터 건설현장 산업재해 예방에 쓰이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사용 한도를 기존 10%에서 15%로 높이는 등 관리 강화를 이어가고 있다"며 "여기에 더해 근로자 1인당 관리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거나 사용 항목을 구체화한 지침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종별 위험도 차이를 반영한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연구원은 안전사고 발생 빈도가 업종마다 다른 만큼 산재보험요율을 보다 세분화해 위험 수준에 맞춘 부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 교육 강화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재용 산업안전지도사는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의 내용과 시간을 개편해 사고 예방 중심 실습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정부와 건설사는 실습장을 운영하고 10년 이상 현장 경험을 갖춘 전문가 양성에도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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