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불공정 행위 논란으로 국내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 요구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온플법을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규정하며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입법 과정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시민단체 "온라인 플랫폼 시장독과점 행태 규제할 법제도 시급"
8일 참여연대와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시민사회·자영업 단체로 구성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촉구 공동행동'은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플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11월 말 발생한 쿠팡의 3370만명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시장 독점, 자영업자 갑질 문제, 노동 문제 등을 거론하며 "쿠팡이 이러한 불법과 불공정행위를 자행할 수 있었던 건 쿠팡의 시장독과점 행태를 규제할 법제도 마련이 없어서"라고 주장했다.
온플법은 카카오, 네이버, 쿠팡,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를 상대로 하는 이른바 '갑질'을 규제하겠다는 법안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됐다. 특히 2024년 중반 발생한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는 '자율규제'의 한계를 극명히 보여주면서 입점업체 보호를 위한 입법 목소리가 극에 달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온플법을 10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크게 입점 업체를 보호하는 거래공정화법과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는 독점규제법으로 구분된다. 정부 출범과 함께 신속한 처리가 기대됐으나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이를 디지털 규제로 지목하면서 사실상 흐지부지됐다가, 최근 쿠팡 사태가 불거지면서 입법 여론이 재점화됐다.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촉구 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쿠팡의 불공정 갑질과 더불어 한국사회를 기만하는 행태가 도를 넘은 시점에서, '온플법' 제정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라며, 온플법을 1월 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안에 처리하지 않으면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이유로 또다시 미뤄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과 양당 간사에 조속히 법안소위 심사 개최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 미 행정부 이어 의회도 압박 "韓 온플법, 美 기업엔 불리하고 中엔 유리"
쿠팡 사태로 인해 국내 여론은 끓어오르고 있지만, 문제는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 미국이 온플법에 대해 반복적으로 우려를 표하면서, 입법 추진에 발목이 잡혔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5일 미국 하원 세출위원회는 '2026 회계연도 예산안 부수 보고서'를 하원에 제출했는데, 보고서엔 지난해 9월 발간한 법안 보고서에서 제기된 한국의 온플법 추진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당시 보고서에는 "한국이 검토 중인 온플법이 미국 기술 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비 미국 경쟁사, 특히 중국 경쟁사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명시했다.
세출위는 그러면서 미 무역대표부(USTR)에 법안 시행 후 60일 이내에 미국 기업 보호를 위한 대응 조치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법안이 아닌 보고서라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분석도 있지만, 미국 의회마저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 압박에 동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행정부는 한국의 온플법이 구글, 애플, 메타 등 자국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 무역장벽’이라며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또 앞서 지난달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USTR이 예정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비공개회의를 취소한 사유가 온플법 입법 추진과 관련이 있다는 취지의 분석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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