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전 상장사 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밸류업 훈풍 부나


자산 문턱 사라졌다…중소형사도 '투명성 시험대'
'깜깜이 경영' 종식 예고…형식적 공시 실효성 우려도

한국거래소는 지난 29일 내년부터 코스피 모든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증시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내년부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모든 기업이 기업지배구조 공시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그간 자산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된 이 제도가 전면 시행되면서 시장에서는 3년차를 맞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2026년 1월 1일부터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의무가 기존 자산 5000억원 이상 상장사에서 코스피 전체 상장사로 확대된다. 지난 2019년 자산 2조원 이상 대형사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범위를 넓히더니 마침내 전면 의무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자산 규모가 작은 상장사들도 주주 권익 보호, 이사회 구성과 운영, 감사 기구의 독립성 등 지배구조의 핵심 항목에 대해 준수 여부를 밝혀야 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사유를 상세히 설명해야 하는 부담도 더해졌다.

한국거래소도 이에 발맞춰 핵심지표 4개, 세부원칙 5개 등 총 9개 항목을 선정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보고서 제출 마감 기한은 내년 6월 1일 까지 이며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 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 현금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 제공, 내부감사기구·외부감사인 간 분기별 회의 개최 등 4개 지표와 주주총회 분산 개최 노력, 소유구조 및 사업구조 변동에 대한 주주 보호정책 마련 여부 등 세부원칙 등이 포함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내년부터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의무 대상이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됨에 따라 기업의 충실한 보고서 작성을 위해 중점점검 사항을 앞당겨 예고하게 됐다"며 "보고서의 기재 충실도가 미흡한 사항, 주주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한 주주총회 관련 사항을 중점점검 사항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기업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를 통해 경영 투명성이 강제된 가운데 일부 중소형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시장에서는 이번 기업지배구조 공시 전면 의무화를 두고 지난 2024년부터 정부가 추진했으나 미온적인 평가를 받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효성을 높일 강력한 도구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주주환원책을 내놓도록 유도한 밸류업의 핵심 과제가 '경영의 투명성'을 강제하는 기업지배구조 공시 의무와 궤가 같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글로벌 자금 유입에서 소외됐던 중소형주들에게는 이번 공시 의무화가 체질 개선을 통한 재평가의 기회로도 인식된다. 외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숫자로 나오는 실적만큼이나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을 중요하게 살펴보기 때문에 공시 의무화를 통해 강조될 사안들이 어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사에 비해 준비가 부족한 중소형 상장사들이 단순히 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해 형식적인 답변으로 보고서를 채울 가능성도 있어서다. 밸류업 공시 당시에도 형식적인 형태로 보고서를 제출한 상장사들도 많아 무늬만 기업가치제고를 높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상장사들은 이사회 의결 절차나 주주 소통 채널을 구색만 맞추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공시의 양보다 질이 담보돼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형화된 문구가 아니라 기업의 실질적인 주주 친화 행보인 만큼 공시 내용과 실제 경영 활동 간의 괴리를 좁히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형식적 이행에 그치는 기업과 진정성 있게 주주와 소통하는 기업 사이의 주가 양극화가 드러날 것"이라며 "코스피 상장사들이 이번 기업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를 밸류업의 디딤돌로 삼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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