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 까지 끝난게 아니다"…고려아연-영풍·MBK, 내년에도 공방 계속


미국 제련소 유상증자 놓고 갈등 지속
현재 진행 중인 소송도 10여 건…해 넘겨서도 불확실성 이어질 듯

미국 제련소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를 놓고 고려아연과 영풍·MBK의 갈등이 환율에 따른 헐값 유상증자 이슈를 놓고 재점화됐다. /더팩트 DB

[더팩트 | 문은혜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갈등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제련소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를 놓고 양측이 벌인 법적 공방이 마무리되자 이번에는 환율에 따른 헐값 유상증자 이슈가 새롭게 떠올랐다.

영풍·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소송만 10건이 넘는데다 유상증자를 둘러싼 분쟁도 여전해 내년 주주총회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법원에서 고려아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지 불과 며칠 만에 새로운 쟁점이 등장했다.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환율 변동으로 인해 자본시장법상 발행가액 제한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납입일인 26일 하나은행 최초 고시 매매기준율에 따른 미화 19억3999만8782.23달러 원화 상당액을 신주발행 총액으로 결의했다. 당시 이사회 직전 영업일인 12일 기준 환율 1469.50원을 적용해 공시했으나, 실제 납입일인 26일 환율은 1460.60원으로 하락했다. 이로 인해 납입금액이 당초 공시보다 173억원 낮아졌다는 것이 영풍 측의 주장이다.

자본시장법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 주당 발행가액을 기준주가에서 최대 10%까지만 할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이 공시한 기준주가 142만9787원 기준으로 법적 발행가액 하한선은 128만6808원인데, 실제 납입일 환율을 적용하면 주당 약 128만2319원으로 하한선을 밑돈다고 주장했다.

영풍 관계자는 "이사회가 환율 변동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외화 납입을 고집해 이사회 결의 내용과 실제 유상증자 금액이 달라졌다"며 "납입자본금에 부족이 생겨 기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힐 위험이 있어 조속히 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즉각 반박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사회가 발행가액을 미화로 확정했고 발행할 신주의 종류와 수를 확정했으며 발행총액도 모두 이사회 결의 시점에 미화로 확정됐다"고 주장했다. 기준주가와 이사회에서 정한 발행가액 사이에서 산정됐기 때문에 이사회 이후 환율 변동에 따라 사후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미화로 납입된 신주발행대금은 국내에서 환전절차를 거치지 않고 납입된 미화 그대로 미국에 투자금으로 송금될 예정"이라며 "외국환신고도 완료해 이사회 결의일 이후 환율변동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도록 달러로 확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제련소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 관련 양측의 공방은 해를 넘겨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두 회사가 현재 주고받는 소송만 10여 건에 달해 내년 3월에 있을 정기주총 전까지 고려아연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고려아연과 영풍·MBK가 진행 중인 10여 건의 소송 가운데 내년 1월에만 5개 사건의 변론 기일이 잡혀있다. 특히 고려아연 경영권 향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와 '이사수 상한' 관련 소송 변론도 예정돼 있어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이번 유상증자로 고려아연·미국 합작 JV와 영풍·MBK의 지분이 비슷해졌으나 영풍·MBK 측이 또 다른 소송으로 지분율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유상증자에 문제제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영풍 측은 "자본시장법의 발행가액 규제를 위반한 이번 신주 발행은 원천 무효 사유에 해당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법원이 적법한 발행으로 승인한 신주발행을 사후적으로 마치 논란이 있는 것처럼 시장에 혼선을 주는 것은 매우 악의적인 시장교란 행위"라며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의 협력을 무산시키려는 특정 세력의 사실 왜곡과 여론 호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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