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결산] '4천피' 시대 열었다…외국인 매수, 개인은 코스닥行


코스피, 29일 4220.56 마감

30일에는 2025년 마지막 주식거래장이 열린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올해 마지막 주식거래일이 밝았다. 코스피는 올해 한때 장중 4226.75까지 치솟으며 '코스피 4000' 시대를 열었고, 코스닥도 900선을 안착시키며 연말까지 강세를 이어갔다. 다만 수급 측면에서는 균열이 뚜렷했다. 외국인 자금이 재유입되는 사이 개인은 코스피에서 빠져나와 코스닥으로 갈아타는 흐름을 보였다.

◆ '훨훨' 난 코스피…올해 4226.75까지 올랐다

올해 코스피 랠리는 저점과 고점의 간격이 특히 컸다. 코스피는 4월 장중 2284.72까지 밀리며 연중 저점을 찍었지만, 이후 반등이 이어지며 10월 27일 사상 처음 4000선을 넘어섰다. 최고점은 11월 초에 나왔다. 코스피는 종가 기준 4221.87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장중 기준으로는 11월 4일 4226.75까지 올랐다.

연말로 오면서 지수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전날인 29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4220.56을 기록했다. 물론 전년 마지막 거래일(2024년 12월 30일) 코스피 종가 2399.49와 비교하면 1년 새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된 셈이다.

코스닥도 흐름이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코스닥은 4월 저점이 637포인트대였지만, 이후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12월 들어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연중 최고치는 12월 12일 종가 937.34다. 같은 날 코스닥 시가총액은 506조7408억원으로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섰다.

연말 마지막 주로 접어들면서 지수는 900선 초반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29일 코스닥은 장중 932.6까지 뛰었다. 전년 마지막 거래일(2024년 12월 30일) 코스닥 종가가 678.1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닥 역시 1년 동안 큰 폭의 레벨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 외국인 '매수→매도' 급회전

올해 수급의 핵심은 외국인의 '방향 전환'이다. 외국인은 9월 7조4000억원, 10월 5조3000억원을 코스피에서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주도했지만, 11월(3~28일)에는 14조4560억원을 순매도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세웠다. 연말에도 하루 단위 수급 변동은 컸다. 26일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1조7777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2조2263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의 포지션 변화는 12월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이달(12월) 개인은 코스닥에서 626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코스피에서는 9조7970억원을 순매도했다. 한 달 전(11월) 개인이 코스닥 4800억원 순매도, 코스피 9조2870억원 순매수였던 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시장은 이를 두고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가 고점 부담과 차익실현 압력에 노출되자, 개인 자금이 정책 기대가 붙은 코스닥 테마·중소형주로 이동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다만 코스닥의 경우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레버리지 자금 유입도 함께 늘었다는 점에서, 변동성 확대 가능성 역시 주요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에도 수급의 지속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외국인이 다시 순매수 기조로 복귀할지, 개인의 코스닥 쏠림이 거래대금 급증과 함께 과열 신호로 바뀔지에 따라 1분기 장세의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 업종 성적표는 반도체 '독주'…2차전지·화학·유통은 '부진'

업종별로 보면 대형 반도체가 사실상 지수의 방향을 결정했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가 레벨을 끌어올리면서 코스피 상단이 열렸고, 원전·방산·조선 등 정책과 실적 기대가 겹친 업종이 상승 흐름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IBK투자증권이 집계한 업종지수(연초~12월 24일 기준)에서 반도체는 138.1% 상승해 시장을 사실상 주도했다. 같은 기간 2차전지는 20.6% 상승에 그쳤고, 화학(38.3%), 유통(29.6%), 자동차(33.1%) 등도 지수 대비 탄력이 다소 약했다.

시장은 이를 실적 가시성의 차이로 해석한다. 반도체는 AI 서버 투자와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가 맞물리며 밸류에이션 부담을 상쇄했지만, 2차전지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업황 조정이 길어지면서 주가 상단이 제한됐다는 평가다. 코스닥에선 제약 업종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코스닥 제약 지수는 34.7% 상승한 반면, 코스피 제약은 12.6% 상승에 그쳤다.

내년에도 지수보다 업종, 업종보다 실적이 먼저 평가받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AI 인프라(서버·전력·부품)처럼 투자 사이클이 이어지는 분야는 프리미엄이 유지될 수 있지만, 실적 가시성이 낮은 성장주는 같은 시장 안에서도 주가 진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날로 올해의 주식시장은 마감하지만 기업들의 공시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매년 연말 휴장을 틈타 악재성 정보를 슬그머니 공시하는 이른바 '올빼미 공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실제 장이 열리지 않았던 지난해 12월 31일에도 기타법인·5% 공시를 제외하고 269건(코스피 125건·코스닥 135건·코넥스 9건)의 공시가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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