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가 구조적 전환의 기로에 섰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기관전용 사모펀드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자 금융당국은 PEF 제도를 전면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여기에 개별 포트폴리오를 둘러싼 법적 분쟁과 대체투자 딜이 연이어 이어지며, 사모펀드 업계는 다사다난한 한 주를 보냈다.
◆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금융당국, PEF 규율 대수술 예고
금융위원회는 기관전용 사모펀드 제도를 전면 개편해 운용사의 책임성과 건전성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2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3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PEF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 위원장은 "PEF가 단기 이익 실현에 매몰돼 기업의 중장기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해외 규율 체계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책임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다. 사모펀드 운용사(GP)가 중대한 법령 위반을 1차례라도 저지를 경우 즉시 등록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반복 위반이 있어야만 제재가 가능했던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했다. 여기에 금융회사 수준의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신설해 위법 이력이 있는 대주주의 PEF 시장 진입을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등록된 GP라도 대주주가 법을 위반하면 등록 취소 대상이 된다.
운용규모가 5000억원을 초과하는 GP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준법감시인 선임도 의무화된다. 금융당국에 대한 보고 의무도 강화된다. 앞으로 GP는 운용 중인 모든 PEF 현황을 일괄 보고하고, PEF가 투자·인수한 기업의 주요 경영정보도 기재해야 한다. 보고 항목에는 자산·부채, 유동성, 투자대상기업, 레버리지, 수익률 등 상세 현황과 개별 PEF로부터 지급받은 보수 및 산정방식도 포함된다.
또 적정 레버리지 관리를 위해 차입비율이 200% 초과시 그 사유, PEF 운용에 미치는 영향 및 향후 관리방안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차입 한도는 국내 PEF 경쟁력 약화 가능성을 고려해 순자산 대비 400%로,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금융당국은 PEF 투자원칙 등을 담은 'PEF 위탁 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PEF에 기업 인수 시 근로자 통지의무도 부과했다.
◆ LS전선, 케이스톤 풋옵션 소송에 반소
LS전선과 사모펀드 케이스톤파트너스 간 법정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케이스톤이 제기한 LS이브이코리아(LSEVK) 풋옵션(매수청구권) 이행 소송과 관련, 투자 계약상 권리·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반소를 제기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이번 반소는 LSEVK 투자 유치와 상장 추진 과정에서 '상장 무산에 대한 LS전선의 책임 부존재' 및 그에 따른 '풋옵션 채무 부존재'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케이스톤은 2020년부터 LS전선의 전기차 부품 사업에 투자해 비상장 계열사 LSEVK의 지분 16%를 보유해왔다. 투자 계약에는 상장 추진 협조 의무와 상장 무산 시 제한적으로 행사 가능한 풋옵션(IRR 15%), 케이스톤의 공동매각권에 대응하는 LS전선의 우선매수협의권(IRR 4%)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상장 무산의 책임 소재다. LSEVK는 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예비심사 과정에서 케이스톤이 의무보유확약을 이행하지 않아 신청이 반려됐다. 이후 케이스톤은 LS전선을 상대로 투자원금 400억원에 연복리 15%를 적용한 약 759억원 규모의 풋옵션 이행 소송을 제기했다.
LS전선은 "공모가가 적격상장 기준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케이스톤 요청에 따라 상장을 추진했으며, 상장 무산의 책임은 의무보유확약을 이행하지 않은 케이스톤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LS전선은 12월 초 IRR 4%를 적용한 489억원 규모의 우선매수협의권을 행사했고 케이스톤이 승낙하면서 케이스톤의 LSEVK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완료된 만큼 해당 지분에 대한 풋옵션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LS전선은 상장 무산의 책임이 투자자에게 있음에도 법적 근거 없는 과도한 수익을 요구하는 행위는 기업가치와 지배구조에 중대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IMM크레딧, SK넥실리스에 3000억 투자 추진
사모펀드 운용사 IMM크레딧앤솔루션(ICS)이 SKC 자회사 SK넥실리스에 3000억원을 투자한다.
IB업계에 따르면 ICS는 SK넥실리스가 발행하는 전환우선주(CPS) 인수를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투자 기간은 5~7년, 보장 수익률은 1~2%대로 비교적 낮게 책정됐다.
낮은 보장 수익률의 배경에는 SK넥실리스의 재매각 조건이 있다. SK 측은 향후 SK넥실리스가 일정 금액 이상에 매각될 경우 재무적투자자(FI)의 원금과 수익률을 우선 상환하는 워터폴 구조를 제시했다. 매각 성과에 따라 FI와 수익을 차등 배분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SK넥실리스는 2019년 SKC가 동박 제조사 KCFT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하며 출범한 이차전지 소재 기업이다. 글로벌 톱3 동박 업체로 평가받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로 실적 부담이 커진 상태다. 이번 거래는 지배구조 변동 없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SK 측과, 경기 회복 시 전환 옵션을 통한 추가 수익을 노리는 ICS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ICS는 지난 6월 9530억원 규모 1호 블라인드펀드를 클로징하며 투자 여력을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