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모든 종목이 그 흐름을 타진 못했다. 상승장에도 주가가 반대로 움직인 기업들이 있다. <더팩트>는 시가총액 규모와 하락폭을 기준으로 다섯 종목을 선정해, 이른바 소외된 종목들이 하락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요인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윤정원 기자] 국내 대표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의 주가가 최근 1년 사이 큰 폭으로 밀렸다. 한때 '공유경제 대표 성장주'로 불렸던 위상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상장 당시 내세웠던 외형 성장과 플랫폼 확장 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주식시장은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과 사업 모델 피로감을 먼저 반영하는 추이다.
◆ 코스피 4000시대에도…쏘카 주가, 하락세 지속
쏘카의 주가는 상장 이후 3년 넘게 내리막길이다.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는 두드러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 1만8100원으로 개장한 쏘카는 이달 26일 1만173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연초와 견주면 35.2% 하락했으며, 공모가(2만8000원)와 비교하면 58.1%나 빠진 수준이다. 쏘카는 지난 11월 19일 장중에는 1만1160원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가를 기록했다. 상장 당시 9266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현재 3852억원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쏘카 주가 고전은 상장 때부터 예견된 바 있다. 2022년 8월 22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쏘카는 공모 시작 단계에서부터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2020년 투자유치 과정에서 1조1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국내 모빌리티 유니콘'으로 불렸던 쏘카였지만, 상장 직전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56.07대 1에 그쳤다. 공모가는 희망범위(3만4000~4만5000원)보다 한참 낮은 2만8000원으로 확정됐다. 당시 참여 기관의 대다수가 3만원 이하의 가격을 제시했다.
의무보유 확약도 거의 없었다. 기관 투자자에게 배정된 244만3700주 중 92.35%가 의무보유 미확약 물량(225만6700주)으로 집계됐으며, 확약을 건 물량(18만7000주, 7.65%)도 대부분 15일 미만이었다. 1개월 이상 의무보유 확약 기관은 전무했다.
이후 진행된 일반청약 성적도 아쉬웠다. 경쟁률은 14.4대 1에 머물렀고, 청약증거금 역시 1834억원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당시 청약 일정이 겹친 정밀부품 제조업체 대성하이텍(경쟁률 1136.4대 1, 증거금 4조원)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었다.
◆ 5분기 연속 흑자 성공했지만…'쏘카 2.0' 목표 달성은?
쏘카는 지난 2023년 11월 발표한 '쏘카 2.0' 전략을 토대로 실적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진척은 다소 더딘 상태다. 쏘카 2.0 전략은 단기 카셰어링, 구독 서비스, 중고차 매각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차량 생애주기가치(LTV)를 극대화하는 '자산 효율화'가 주요 골자다. 쏘카는 전략 발표 당시 2025년 연 매출액 702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쏘카는 2023년과 2024년에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23년 97억원, 2024년 98억원대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당기순손실은 각각 423억원, 310억원에 달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는 매출 1118억원, 영업이익 68억원, 당기순이익 1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2024년 3분기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 나갔다. 다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쏘카 측에서는 당초 공언했던 2025년의 목표치(매출액 7020억원·영업이익 1000억원)는 하향 조정한 상태다. 쏘카 관계자는 "조정 목표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많은 조정이 있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프로모션 비용에 금리 변화 부담까지
주가가 고꾸라지는 데는 녹록지 않은 업황도 한몫하고 있다. 카셰어링, 주차 플랫폼 등 핵심 사업 부문마다 비용 상승, 가동률 정체,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카셰어링의 경우 차량 유지관리 비용과 인건비 상승, 계절적 수요 등으로 수익 창출에 있어 변동성이 크다. 단기 프로모션 경쟁이 심화되면서 평균 대여 요금도 낮아지고 있어 수익률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금리 환경 변화에 따른 성장주 전반의 재평가도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래 이익을 앞당겨 평가받던 종목일수록 할인율 변화에 민감해, 실적이 개선돼도 '밸류에이션 눈높이'가 빠르게 올라가지 않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나연 한국 IR협의회 연구원은 "금리는 실적 민감도가 가장 높은 변수다. 업종 특성상 조달금리 1~2%p 변동만으로도 연간 금융비용이 수십억 원 단위로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현금흐름 개선 시점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리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거나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이익 레버리지 확보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결론적으로 차량 가격·보험료·금리 등 조달비용 구조는 쏘카 실적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운영 효율성 강화만으 로는 외부 비용 변수의 영향을 완전히 상쇄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 최대주주 배불린 '감액배당'…쏘카 "주주환원책 고민 중"
다소 지지부진한 실적과 업황 속 올해 쏘카 측은 주주환원이라는 미명하에 '감액배당'에도 나선 바 있다. 지난 9월 22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자본준비금 감액 및 결손금 보전의 건'과 '자본준비금 감액 및 이익잉여금 전입의 건'을 모두 승인했다고 밝혔다. 쏘카는 배당 재원을 순이익이 아닌, 자본거래에서 발생한 잉여금을 활용하는 감액 배당을 결정했다.
쏘카가 최초 배당에 나섰으나 여론의 눈총을 샀던 것은 배당금의 대부분이 최대주주인 이재웅 전 대표(유한책임회사 에스오큐알아이 19.73%·이재웅 9.99%)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감액배당은 세금을 내지 않는 비과세 항목인데, 자본잉여금을 단순히 이익잉여금으로 돌려 비과세 배당을 받게 하는 '꼼수' 아니냐는 비판이다. 더욱이 감액배당은 장기적으로 회사의 성장 잠재력을 낮출 수 있다. 매출 적자 속 배당인 만큼 주주 보상에 대한 정당성도 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쏘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은 없지만 자사주 매입이라든지, 배당금이라든지 여러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액배당도 결론적으로는 전체 주주들을 위한 방향"이라고 부연했다.
여기에 자회사 '모두의주차장'을 둘러싼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면서 쏘카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모두의주차장은 쏘카가 2021년 12월 인수한 모두컴퍼니가 운영하는 주차 플랫폼으로, 전국 민영·공영 주차장의 위치와 요금, 주차면 수를 제공하며 일간권·월간권 등을 판매한다.
최근 모두의주차장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앱 결제 후 현장에서 또다시 결제되는 이중결제 문제, 환불 지연 및 고객센터 미응답 문제 등이 반복되고 있다. 고객센터 응대 품질에 대해서도 소비자 불만이 높다. 전화상담은 연결이 어렵고, 채팅 상담도 답변이 지연된다는 지적이다. 고객 불만과 관련, 쏘카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모두의주차장 앱 내 고객센터를 통해 보다 원활히 문의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고객센터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증권가 "질적 성장 넘어가는 국면…저평가돼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현재 쏘카가 비용 구조를 먼저 다듬은 뒤 '본업의 질적 성장'으로 넘어가는 국면을 밟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흥국증권은 쏘카가 5개 분기 연속 흑자 흐름을 근거로 효율적인 자산 운용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흥국증권은 단기적으로 프로모션 영향으로 매출이 흔들릴 수는 있지만, 이용자 증가와 하반기 성수기 진입, 요금 체계·UI/UX 개편, 신규 채널링 확대 등이 수요 저변을 넓히는 변수라고 봤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실적의 외형 반등으로 연결되는지 여부가 주가 재평가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최종경 흥국생명 연구원은 "쏘카 브랜드의 출발지인 제주에서 제주공항 쏘카 터미널이 확장 오픈됐다. 쏘카에는 '카셰어링 본질적 성장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효율 중심의 성장 체계를 확립하고, 수익성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는 단계로, 2027년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이나연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쏘카는 차량 위치·주행·반납 패턴 등 연간 수천만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존 최적화, 차종 믹스 조정, 수요 예측을 수행함으로써, 후발 사업자가 단기간에 따라올 수 없는 운영 효율성과 플랫폼 경쟁력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 전통 렌탈 대비 정당한 플랫폼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플랫폼 대비 저평가된 구간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25~2026년은 감가상각비 완화·중고차 매각 정상화·구독형 카셰어링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간으로, 멀티플의 상향 여력이 가장 큰 시점이다. 더불어 정부의 '실증도시' 정책 확대와 자율주행–공유차 결합 실증이 본격화될 경우, 쏘카의 플랫폼 인프라(전국 단위 플릿, 900만 가입자, 관제·정비 인프라)는 중장기 기업가치 확장의 옵션 가치를 추가로 제공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