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명동 5조' 축포 터뜨린 롯데백화점, 지방 점포는 '각자도생'


31곳 점포 둔 롯데, 12곳 점포 둔 신세계에도 추격
마산점·분당점 폐점…유니클로 정현석, 구원투수로

롯데백화점이 잠실점과 명동점 합산 거래액이 2년 연속 5조원을 돌파했다고 했지만, 지방 점포들은 저수익 영향으로 각자도생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명동본점. /롯데백화점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롯데백화점은 잠실점과 명동점의 합산 거래액이 2년 연속 5조원을 돌파했다며 축포를 터뜨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전국 31곳 점포 전체 거래액은 13조원 후반대로 추정된다. 이 중 연간 거래액이 1조원을 넘는 곳은 단 3곳뿐이다. 전체 거래액의 절반이 핵심 점포 3곳에서 나왔다는 의미다.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는 축포가 터지는 반면 저수익 점포들의 폐점 소식이 잇달아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롯데백화점 새 대표로 선임한 정현석 부사장이 롯데백화점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31곳 점포 둔 롯데, 12곳 점포 둔 신세계에 추격

24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백화점 총매출은 전년 8조5054억원에서 0.6% 감소한 8조4528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3분기 누계 총매출도 6조552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6조1278억원) 대비 1.2% 감소했다. 3년 연속 역성장을 그리는 상황이다. 이는 롯데쇼핑 재무에도 부담을 안기고 있다.

지난해 롯데쇼핑 부채총액(연결 기준)은 21조9694억원인데, 그중 약 70%인 15조799억원이 롯데백화점 부채총액으로 나왔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3분기 부채총액도 15조1936억원을 기록하며, 부채가 계속해서 불어나는 실정이다.

반면 롯데백화점과 양강 구도를 이루는 신세계백화점은 실적 우상향을 나타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총매출은 직전년도 7조466억원에서 2.8% 증가한 7조243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에도 신세계백화점은 누계 총매출이 5조2502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5조2353억원) 대비 0.3% 증가했다.

역성장에 허덕이고 있는 롯데백화점과 달리, 신세계백화점은 미미하게나마 성장세를 그리는 모습이다. 또한 롯데백화점이 국내 31곳 매장에서 연간 8조원 초반대의 매출을 내고 있는데,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12곳 매장에서 연간 7조원 초반대의 매출을 내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매출 격차도 점차 좁혀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잠실점과 명동점 합산 거래액이 2년 연속 5조원을 돌파했다고 했지만, 지방 점포들은 저수익 영향으로 각자도생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진은 폐점을 앞둔 롯데백화점 분당점. /롯데백화점

◆ '2년 연속 5조원' 축포 소식에 가려진 지방 백화점 폐점 소식

롯데백화점은 최근 잠실점과 명동점의 연간 합산 거래액이 2년 연속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롯데백화점은 명동점에서 취향형 소비로, 잠실점은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한 점이 고객 수요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을 벗어난 롯데백화점 저수익 점포들은 폐점 소식까지 들리는 등 사뭇 다른 분위기다. 우선 내년 3월 분당점이 폐점을 앞두고 있다. 보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마산점을 폐점 조치했다. 롯데백화점이 폐점을 결정한 곳은 연간 거래액 하위에 속하는 저수익 점포들이다.

지난해 국내 3대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 58개 점포 중에서 거래액순 50위 이하인 점포 8곳은 모두 롯데백화점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이들 점포는 △안산점 △포항점 △일산점 △분당점 △미아점 △건대시티점 △센텀시티점(부산) △상인점(대구) △관악점이다. 이들 점포의 연간 거래액은 1000억원대 안팎이다.

롯데백화점 국내 31곳 점포 중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넘긴 곳은 잠실점과 명동점, 부산본점 단 3곳뿐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총거래액은 13조원 후반대로 추정되는데, 핵심 점포 3곳의 합산 거래액이 6조원대를 이뤄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이는 반대로 나머지 28곳의 점포들이 저수익에 허덕이는 것을 보여준다.

롯데백화점은 마산점과 분당점 폐점에 이어 일산점과 센텀시티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저수익 점포들인 포항점과 미아점, 상인점(대구), 관악점 등도 매각 대상으로 꾸준하게 거론된다.

롯데백화점은 지방권에서도 신세계백화점에 밀리고 있다. 단적으로 롯데백화점 부산 4개 점포(부산본점·광복점·동래점·센텀시티점)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약 1조원 후반대)을 합산해도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약 2조원 초반대) 한 곳을 넘지 못한다.

대전도 비슷하다. 신세계백화점 대전점(아트앤사이언스)은 개점 4년 만에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으나, 롯데백화점 대전점은 1000억원 후반대 수준이다. 대전의 경우 신세계백화점이 디올과 펜디, 반 클리프 아펠 등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한 점이 실적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센텀시티점은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운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지방권 점포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MD(상품) 경쟁력 강화와 리뉴얼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석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이사. /롯데지주

◆ 유니클로 살린 정현석, 롯데백화점서도 '선택과 집중' 펼치나

롯데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현석 롯데백화점 아울렛사업본부장(전무)을 부사장으로 승진, 롯데백화점 새 대표로 발탁했다. 1975년생인 정 부사장은 지난 2000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25년간 근무한 정통 '롯데맨'이다. 그는 롯데백화점 역대 최연소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정 부사장은 지난 2019년 '노 재팬' 운동으로 고사 위기에 놓인 유니클로를 다시 일으켜 세운 이력을 갖고 있다. 당시 롯데그룹이 전략적으로 정 부사장을 유니클로 운영사이자 롯데쇼핑 계열사인 FRL코리아의 수장으로 투입했다.

'노 재팬' 운동 당시인 2020년 FRL코리아의 연매출은 6298억원으로, 전년(1조3781억원)보다 절반 넘게 감소했다. 그러나 정 부사장이 투입된 지난 2020년 6월 이후 실적은 되살아났다.

정 부사장이 유니클로 대표로 재임했던 2021년부터 2024년까지 FRL코리아 연매출을 보면 △2022년 7043억원 △2023년 9219억원 △2024년 1조602억원 △2025년 1조3524억원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FRL코리아 회계연도는 8월 결산 법인으로, 연도별 실적은 전년 9월부터 당해 8월까지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정 부사장은 고수익 중심의 매장을 남기며,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는 등의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에 유니클로 매장은 2019년 190개에서 2025년 현재 132개로 현저하게 줄었다. 그러나 정 부사장은 FRL코리아 취임 첫해였던 2020년 884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을 1년 만에 극복, 2021년 영업이익 529억원을 써 흑자를 이끌었다.

이후 FRL코리아는 5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또한 FRL코리아의 2025년 연매출도 '노 재팬' 이전의 2019년 연매출 대부분을 회복했다. 매장 수를 60개 줄였는데, 오히려 전체 매출은 뛰게 된 것이다.

정 부사장은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롯데백화점에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롯데백화점은 지난 19일 분당점 폐점을 알리면서 '선택과 집중'을 언급했다.

롯데백화점은 해당 보도자료를 내면서 명동점과 잠실점, 인천점, 노원점 등 핵심 점포의 리뉴얼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명동점과 잠실점을 롯데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발표했다. 저수익 점포인 분당점의 폐점과 다르게 핵심 점포에 대한 투자 의지를 더욱 내비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백화점 호황기였던 2000년대 들어 점포를 많이 늘려왔던 점이 현재 실적으로 영향이 미쳤던 것 같다"며 "그중에서도 지방 점포는 사람이 없어 상품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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