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 빼고 방패 두껍게"…증권사 2026년 인사, 내실에 명운


'실무형 리더' 전면 배치
디지털 경쟁력은 날카롭게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을 2026년 정기 인사를 통해 내년 구상한 전략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내실 경영 체제로 전열을 재정비했다. 이번 인사는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 속에서 불안 요소와 조직 비효율은 걷어 내고, 위기관리 능력은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내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각 사의 색채를 낸 내실 중심의 경영 체제로 전환한 게 특징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세대교체와 조직 효율화다. 과거 연륜 중심의 인사에서 벗어나 현장 감각이 뛰어난 실무형 리더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인사에서도 젊은 리더들을 전면에 배치해 세대교체 기조를 이어갔다. 지난해 인사에서도 1980년생인 김화중 PWM부문대표 발탁해 물꼬를 튼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0월 비교적 빠르게 내년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속도감 있는 변화를 선택했다. 의사결정 단계를 축소하고 실무 부서장의 권한을 강화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내년 임원 인사를 통해 실무진의 대대적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김성환 사장의 연임으로 안정적 리더십을 유지하는 동시에 그룹장·본부장급 라인업을 일부 교체하는 인적 쇄신을 통해 현장 중심의 리더십을 강화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직 신규 임원 인사를 발표하지 않은 NH투자증권도 그간 이어온 기조를 바탕으로 실무 중심의 젊은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확산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리스크 관리를 통해 방패를 두껍게 만드는 작업도 병행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조직 개편을 통해 내부통제 체계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책무구조도 도입에 발맞춰 준법감시나 리스크 관리 기능을 격상해 잘 버는 것보다 잘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경영 기조를 투영한 셈이다.

이 외에도 주요 대형사 조직개편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에 무게감 있는 인사가 배치될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 상승장에서는 자본시장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영업맨' 중심의 공격적인 인사가 이뤄졌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역대 첫 코스피 4200선 돌파라는 올해 상승장 속에서도 잠재적 부실에 대비해 안정적인 자산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내년 경영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인공지능(AI), 디지털 혁신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창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은 증권사도 있다. 지난 11월 말 인사를 단행한 삼성증권은 성과주의 인사 원칙에 따라 경영 실적 향상에 기여한 인재를 승진자로 선정했다. 이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AI나 디지털 자산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해 Tech&AI 부문을 신기술 전담 조직으로 개편하고 전문 인력을 보강했다.

이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플랫폼 고도화를 넘어 초개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토스증권, 카카오페이증권, 두나무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한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 기업들과 영토 전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기조나 모험자본 공급 확대, 내부통제 강화 등 주문에 대한 증권사의 해답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잠재적 리스크를 줄여야 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26년 인사는 단순한 정기 보직 이동을 넘어 증권업의 본질적인 체질 개선을 선언한 것"이라며 "수익 일변도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리스크 관리와 디지털 혁신이라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자 명운"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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