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올 연말 총량규제로 문이 굳게 닫힌 가계대출이 내년에도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억제 정책이 지속되면서 주요 은행들의 대출 한도 확보가 어렵고, 금리마저 상승세라 내년 대출 여건은 더욱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최근 당국에 내년 가계대출 목표치로 2%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성장률 수준을 제시했다. 내년 한국의 실질성장률은 1.8%, 물가상승률은 2.1% 수준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명목성장률은 4% 수준이 전망되지만, 은행들은 이보다 절반 가까이 낮은 수준으로 책정한 것이다.
가계대출은 최근에도 연말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제한되는 실정이다. 5대 은행에서 올해 들어 이달 18일까지 늘어난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은 총 7조4685억원으로, 이들 은행이 금융 당국에 제출한 올해 증가액 한도 목표(8조690억원)보다 7.4% 적었다.
현재 총량 관리 목표를 초과하지 않은 은행은 5대 은행 중 NH농협은행 뿐이다. 이 때문에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올해 실행 예정인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금융업계에서는 내년에도 금융당국의 규제 정책 기조가 강하게 이어지면서, 대출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시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포용적·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한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경제의 부동산 문제는 잠재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에 내년에도 가계부채 관리가 불가피하다"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낮게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담대는 특히 내년 1분기부터 위험가중자산(RWA) 하한이 15%에서 20%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RWA가 오르면 은행이 동일한 대출에 더 많은 자기자본을 묶어야 하는 구조가 되면서 자본비용이 상승하고, 그 부담이 금리에 전가돼 금리가 오르게 된다.
대출금리도 상승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81%로 전월 2.57%에서 0.24%p 상승했다. 지난 9월 0.03%p 올라 1년 만에 반등한 뒤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지속한 것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주요 수신상품의 금리가 인상되면 코픽스가 상승한다. 코픽스 상승으로 인해 변동형 주담대 최저금리는 연 3.6~4.1%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연 2%대에 불과하던 2020년 말 혼합형 주담대로 돈을 빌린 사람들의 금리 재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혼합형 주담대는 대출받은 시점부터 5년 동안 금리가 고정된 뒤 변동금리로 바뀌도록 설계돼 있다. 5대 은행이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5년 고정형(혼합·주기형) 주담대로 빌려준 금액은 총 24조2759억원에 육박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에는 부동산 위주의 가계대출을 제한하는 정책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특히 생산적 금융 전환이 강화되는만큼, 기업대출을 늘리게 되면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목표치를 높게 제시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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