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증권·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금융투자협회장에 '38년 신영맨'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가 올랐다.
내년 1월 1일부터 3년간 금투협회를 이끌게 된 황 대표는 업계 이익을 대변함과 동시에 '코스피5000 시대'를 공언한 정부의 정책 파트너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 금융당국-업계 간 가교 역할 강화, 최우선 과제로
19일 업계에 따르면 황 대표는 전날(18일) 서울 영등포구 금투센터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57.36%의 득표율로 제7대 금투협회장에 당선됐다.
황 대표는 "당선의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부족하지만 대표들의 집단지성과 네트워크를 빌려주면 함께 일하는 금투협으로 열심히 하겠다.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소통과 경청을 통해 금투협이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임 협회장으로서 먼저 금융당국과 업계 간 가교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투협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선물·신탁업권 등을 대표하는 단체로 현안에 대한 업계 의견을 금융당국과 국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황 대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 시장 선진화 정책을 현장에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업계와 당국 간 조정자로 나설 전망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제도 보완, 스튜어드십 코드 점검 등을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해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7월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기술주도 성장이 강한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성장의 핵심 플랫폼인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금투협이 정책 파트너로서 시장과 투자자의 목소리를 수렴해 중장기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황 대표 입장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자본시장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업계 이익을 대변하고 정부 정책 파트너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 부동산 자금, 자본시장 유입도 관건
부동산이나 은행 예·적금에 쏠린 자금을 자본 시장으로 끌어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가계와 부동산에 쏠린 금융권 자금을 자본 시장으로 유입시키는 '생산적 금융'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으로 은행권의 주담대 취급 여력은 줄어들 전망이다. 시중 자금이 은행에서 금융투자업계로 대거 옮겨 가는 '머니무브'가 일어날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연금제도 개선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은 2년 전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을 도입했지만 미국 퇴직연금 제도인 401K나 호주 연금제도처럼 활성화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생업이 바빠 퇴직연금에 신경쓰지 못했던 연금 가입자들도 디폴트옵션을 통해 장기 분산 투자를 유도해 '연금부자'가 탄생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앞서 나재철 전 금융투자협회장도 '퇴직연금 투자시대 개막'을 공언한 바 있을 정도로 금투협회의 오랜 과제이기도 하다.
무너진 업계 신뢰 회복과 윤리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몇년간 증권가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반복되며 업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 주도의 규제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협회 중심 자율 규제가 요구된다.
중소형 증권사 지원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형 증권사는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기반으로 사업 확장 여력이 커지고 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실적 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1963년생인 황 대표는 40여년간 신영증권 한 곳에서만 몸담은 정통 '증권맨'이다. 2020년부터는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왔다. 현직 최고경영자(CEO)로는 유일하게 금투협회장 선거에 입후보했으며 업계 내부의 두터운 신망과 리스크 관리 능력 등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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