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18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주요 계열사 사장단은 대부분 유임되고 현대제철만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급격한 인사 변화보다는 성과와 전문성을 중시한 안정 기조를 유지했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에서 현대제철 신임 대표이사로는 이보룡 생산본부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임명됐다. 이보룡 신임 대표는 30년 이상 철강업계에서 근무하며 R&D 분야 엔지니어링 전문성과 철강사업 총괄 운영 경험을 두루 갖춘 내부 인사다. 현대차그룹은 전략적인 대규모 설비·기술 투자를 연속성 있게 추진해 현대제철의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2023년부터 현대제철 대표이사를 맡아온 서강현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 기획조정담당으로 이동한다. 서 사장은 그룹 차원의 사업 최적화와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를 주도할 예정이다.
다른 주요 계열사 사장단에는 변동이 없었다. △현대모비스 이규석 대표 △현대오토에버 김윤구 대표 △현대글로비스 이규복 대표 △현대로템 이용배 대표 등은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다.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내년 취임 3년차를 맞는 김윤구 대표의 유임 전망이 인사 전부터 우세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소프트웨어(SW) 기술 및 품질 강화와 조직 혁신을 위해 외부 핵심 인재 확보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삼성전자, LG전자, 아마존웹서비스(AWS), 네이버클라우드 등에서 임원급 인재가 대거 합류했다. 현재 전체 임원의 약 40%가 외부 인재로 구성돼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2023년 'KT 보은투자 의혹'으로 서정식 전 대표가 사임한 이후 내부 분위기 수습 과정과도 맞물린다. 김 대표는 외부 인재 수혈을 통해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켰고, 지난 10월 말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해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 독립성·투명성 강화에도 나섰다.
성과도 뒤따랐다. 현대오토에버는 올해 3분기 매출 1조543억원, 영업이익 70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5%, 34.8% 성장했다.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현대로템 역시 대표이사 유임이 결정됐다. 현대차그룹 내 '최장수·최고령 CEO'로 알려진 이용배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3연임에 성공했다. 1961년생인 이 사장은 올해 취임 6년 차로 그룹 계열사 CEO 가운데 최장수이자 최고령이다. 2017년 현대차증권 대표 시절을 포함하면 9년째 CEO를 맡고 있다.
이 사장은 2020년 경영난에 빠졌던 현대로템에 투입된 이후 수익성 중심의 경영과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을 추진했다. 2019년 기준 영업손실 2799억원, 순손실 355억원을 기록했던 현대로템은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은 4조3765억원, 영업이익은 45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 사장 취임 이전과 비교해 매출은 57.13%, 영업이익은 456%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2조5938억원, 영업이익 460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8%, 192% 늘었다.
현대위아는 최근 권오성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경영진 교체가 이미 이뤄진 상태다. 현대위아는 엔진·모듈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전동화 부품과 방산, 로봇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 중으로 새 대표 체제 아래 중장기 전략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는 사장단 변동 없이 현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부품과 A/S(애프터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 과정에서 핵심 부품 공급과 통합 설루션 역할을 맡으며 그룹 미래차 전략의 중심 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규석 사장은 전동화·SDV 전환 국면에서 사업 구조 개편과 기술 경쟁력 강화 작업을 이어온 만큼 경영 연속성이 중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도 대표이사 유임 배경이 비교적 분명한 계열사로 꼽힌다. 완성차 물류와 해운, 유통, 중고차 사업까지 그룹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물류 환경 변동성과 해운 시황 변화 속에서도 수익성과 사업 안정성을 동시에 관리해왔다는 점에서 이규복 사장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사장 승진 4명을 포함해 부사장 14명, 전무 25명, 상무 신규 선임 176명 등 총 219명 규모의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견조한 매출 성장세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동시에 중장기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적 쇄신과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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