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앉을 판"…분양전환가 폭등에 판교 민간임대 입주민 '발동동'


"시세보다 저렴" 믿었지만 분양가 크게 올라
법원도 시행사 손들어줘…임차인 항소 준비
명확한 규정 없어 갈등 확산 우려

판교밸리제일풍경채는 2020년 준공된 543가구 규모의 민간임대아파트다. 2017년 12월 4년 임대 후 우선분양전환 조건으로 입주민을 모집했고 2020년 4월 입주했다. /네이버지도 캡쳐

[더팩트|황준익 기자] 경기도 성남시 판교지역의 한 민간임대아파트 임차인들이 폭등한 분양전환가격 때문에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입주자 모집 당시에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 전환한다고 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고등지구 S-1블록 '판교밸리제일풍경채' 임차인 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12일 성남시의회에서 강상태 성남시의원과 김태년 국회의원 강경훈 보좌관을 차례로 만나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와 시민 재산권 보호에 힘써달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민간임대 후 우선 분양을 약속하며 분양했지만 시행사가 세대별로 제안한 가격이 12억원 중반대"라며 "민간임대아파트가 과도한 임대인 재량으로 543가구가 내년 4월에 쫓겨날 위기에 처해 성남시와 성남시 의회에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판교밸리제일풍경채는 2020년 준공된 543가구 규모의 민간임대아파트다. 2017년 12월 4년 임대 후 우선분양전환 조건으로 입주민을 모집했고 2020년 4월 입주했다. 입주 당시 보증금은 5억5000만원(월 30만원)이다. 시행사는 성남고등S1PFV다. 2021년 사업 주체였던 HMG가 성남고등S1PFV 지분을 메테우스자산운용사(사모펀드)에 매각했다. NH투자증권이 수탁사로 참여하고 있다.

입주자 모집 당시 시행사 측은 분양전환 시점에 인근 시세의 70~80% 수준의 가격으로 8억원대에 분양 전환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시행사는 의무임대 기간이 끝나는 지난해 84㎡ 기준 약 12억원의 분양가를 제시했다. 현재 분양전환이 진행 중으로 분양가는 84㎡ 기준 12억3400만원이다.

고등지구에서 2017년 7월 분양한 '판교밸리 호반써밋'의 84㎡ 분양가는 약 6억2000만원이었다. 지난 1일 11억9800만원에 거래됐다.

한 임차인은 "임대라는 타이틀이 있을 뿐 분양받은 거와 같다는 설명을 믿었기에 기존 집을 처분하고 입주했다"며 "하지만 분양전환 시점이 되자 6억~7억원대에 분양하겠다던 그들이 12억원대의 분양가를 제시하면서 갑작스레 우리 집을 빼앗기는 형국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임차인들은 공공택지에 조성된 민간임대아파트인 만큼 저렴한 가격을 기대했지만 분양전환가격이 턱없이 오르자 시행사를 상대로 '정당한 분양전환가격 확인'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지난 10월 31일 판결을 통해 최초 임대차계약서 내 "분양전환 가격은 임대인이 결정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원고 측 주장 전부 기각 판결을 내렸다. 특히 입주자들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전환 할 것"이라는 구두 안내는 효력이 없다고 봤다.

이에 시행사는 최근 임차인들에게 임대차계약 갱신거절과 함께 내년 4월 19일까지 퇴거하라고 통보했다. 임차인들은 항소한다는 계획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난해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을 당시 감정가가 10억3000만원이었는데 현재는 시행사가 12억5000만~12억7000만원을 제시한다"며 "항소를 통해 정확한 감정가를 확인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사만 수천억원의 이익을 얻는 구조 속에서 정작 성남 시민인 임차인의 재산권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분양전환 전 과정에 대한 제도적 보완과 감독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상태 성남시의원은 "주민 재산권 보호 요구가 행정 과정에서 외면되거나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전국임대아파트연합회 차원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여야 간사 면담이 추진된다면 적극적으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은 시세 대비 할인율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 갈등이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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