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3연속 인하에도 뛰는 금값…내년 고점 유지 vs 조정 갈림길


내년 4000달러 안착 vs 급등 피로·실질금리 반등 시 조정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인하해 3.50~3.75%까지 낮췄지만 금값은 여전히 온스당 4300달러 안팎에서 강세 흐름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골드바를 정돈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인하해 3.50~3.75%까지 낮췄지만 금값은 여전히 온스당 4300달러 안팎에서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와 중앙은행 매수, 비트코인과의 '헤지 경쟁'이 맞물린 가운데 내년 금값은 '고점 유지'와 '조정' 시나리오가 동시에 거론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10분 기준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순금(99.99%) 1그램 시세는 20만45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0.89% 내린 가격을 보였다.

반면 국제 금값은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14% 오른 온스당 4334.30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0.24% 상승한 4312.32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상승 마감했다.

런던 현물 기준 금 가격은 올해 들어 60% 이상 상승했다. 10월 17일(현지시간) 현물 금은 장중 4378.6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당시 주간 상승폭은 한때 2008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앞서 금은 10월 초 4000달러를 돌파한 뒤 박스권 상단을 지키는 흐름이며, 12월 중순에도 4280달러대에서 거래됐다.

◆ 한국에선 '금 김치 프리미엄'…은행 골드바 판매도 폭증

국내 시장의 과열 기류도 뚜렷하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10월 15일 금 현물(99.99%·1kg) 가격은 1g당 22만7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국제 시세를 원화로 환산한 값보다 국내 가격이 더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도 장중 20%를 넘기기도 했다.

급등락 역시 거셌다. 10월 1일에는 장중 20만3000원까지 올랐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11%대 급락하며 18만원대로 밀렸고, 이 과정에서 KRX 금 현물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되기도 했다.

실물 수요도 빠르게 달아올랐다. 4대 시중은행(KB·신한·우리·하나)의 9~11월 골드바 판매액은 2975억4400만원으로 작년 연간 실적을 크게 웃돌았고, 유통업체·은행권에선 일부 골드바가 품절되거나 공급이 제한되는 사례도 이어졌다.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을 80% 이상 웃돌았다. 금 유통업체의 일부 골드바는 품절 상태가 지속됐고 편의점 금 자판기 판매액도 9개월 만에 전년 실적을 넘어섰다는 집계다. 금 자판기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1~9월 순금·금 판매액은 2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액인 18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금감원은 국내 금 가격이 국제 가격보다 과도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며, 괴리 확대 국면에서 투자 유의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낮췄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뉴시스

◆ 연준 기준금리 세 번째 인하 이후, 금값 시나리오 셋

연준의 세 차례 연속 인하로 정책금리는 3.50~3.75%로 내려왔지만, 금값은 4000달러대에서 강세를 이어가며 통화정책의 다음 신호에 더 민감해지는 모습이다. 연준은 이번 결정에서 3명의 반대가 나오는 등 이견이 컸고, 추가 조정의 범위와 시점은 지표와 전망, 리스크 균형을 보며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금융기관 HSBC는 내년 평균 전망치를 잇달아 올리며 2026년 상반기 5000달러 가능성까지 거론했지만, 내년 하반기엔 변동성과 조정 가능성도 함께 경고했다. 실제로 10월 4000달러 돌파 이후에도 단기 조정이 반복된 만큼 금리, 달러, 실질금리의 반등 여부가 '고점 경신'과 '되돌림'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연준이 내년 추가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장기 국채금리가 다시 오르거나, 인플레 둔화 폭이 예상보다 빠를 경우 금의 상대 매력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처럼 국제 가격 대비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쌓인 시장에선 매도 물량과 수요 공백이 동시에 나오며 가격 조정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금이 안전자산 '단독 주인공'이 아니라 비트코인·주식과 함께 인플레·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포트폴리오 내에서 경쟁·공존하는 그림도 언급된다.

비트코인은 10월 초 1BTC당 12만6000달러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현재는 8만~9만달러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연준의 최근 0.25%포인트 인하 직후에도 한때 9만4000달러까지 반등했다가 장중 9만달러 아래로 밀리는 등, 금과 달리 '컷 이후 랠리'가 뚜렷하게 이어지진 못하는 모습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연말 목표가를 종전 20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낮추면서도, "ETF 자금 유입과 4년 주기 사이클을 감안하면 여전히 장기 상승 여지는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시중 통화량(M2) 대비 금 보유량이 대공황을 제외하고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많은 금 매수자가 코로나 시대의 유동성 급증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드 CEO는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면 금값이 급락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향후 4~5년 안에 금값 하락 국면이 나타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이 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가능성도 언급했다.

국내에선 금 김치 프리미엄이 높아진 만큼, 국제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값에 매수·매도하는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은 국제 시세와 괴리(프리미엄)가 커질 때가 문제"라며 "가격 전망보다도 '내가 어떤 가격으로 사고, 어떤 가격으로 팔 수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seonyeong@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