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국내 생산시설에 3억달러 투자 계획을 내놓은 제너럴 모터스(GM) 한국사업장(한국GM)이 중장기 사업 구상을 공개하며 철수설 진화에 나섰지만 노동조합은 신차 배정과 고용 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빠졌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측은 투자와 엔지니어링 강화를 통해 한국 사업의 지속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노조는 "말과 달리 현장에 변화가 없다"며 노사 간 시각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전날 청라 주행시험장에서 열린 비즈니스 전략 콘퍼런스를 통해 국내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 계획과 멀티 브랜드 전략,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 구상을 공개했다.
사측은 3억달러 투자를 통해 제품 업그레이드와 생산 기반을 보강하고 연 최대 50만대 수준의 국내 생산 역량을 유지하며 글로벌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8년 이후에도 한국에서의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측은 한국이 GM 글로벌 사업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강조했다. 한국 생산기지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등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비중이 높은 차종을 담당하고 있으며 청라 주행시험장과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를 중심으로 가상과 실물을 결합한 통합 개발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아울러 내년에는 뷰익을 새롭게 론칭하고 GMC 차종을 확대하는 등 멀티 브랜드 전략을 통해 내수 시장에서의 제품 구성을 넓히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최근 재점화된 철수설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측 발표에 대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즉각 반박했다. 노조는 투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차를 언제, 어디에서 생산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가 글로벌 시장에서 일정한 판매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해당 차종의 후속 모델이나 전기차를 포함한 중장기 신차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발표만으로는 철수설이 불식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비스 부문을 둘러싼 시각차도 이어지고 있다. 사측은 전국 협력 서비스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유지·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 이후 협력 네트워크 확대가 서비스 경쟁력 강화보다는 비용 절감과 외주화에 무게가 실린 결정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비 인력의 고용 안정성과 서비스 책임 구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노조는 멀티 브랜드 전략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GMC와 뷰익 신규 론칭을 내수 강화 전략으로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국내 생산 확대와 연결되지 않은 수입차 중심의 판매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노조는 한국GM이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음에도 현장에서는 인력 축소와 업무 부담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 구조가 개선됐다는 사측 설명과 달리 그 성과가 고용 안정이나 근로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에 따라 투자와 미래 전략이 실제 고용 유지와 생산 안정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사측은 투자와 글로벌 전략, 엔지니어링 역할을 중심으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노조는 선언적 메시지보다는 실행 일정과 수치가 담긴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모두 한국GM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접근 방식과 우선순위에서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향후 노사 관계의 관건은 이번 투자 계획이 실제 생산 물량과 고용 유지, 서비스 체계로 어떻게 구체화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3억달러 투자 집행의 세부 내용과 공장별 중장기 생산 계획이 공개될 경우 노사 간 입장차가 일부 좁혀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실행 방안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을 경우에는 노사 간 평행선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한국GM의 내수 판매를 활성화하려면 불가역적인 직영 정비센터 폐쇄와 부품 물류 외주화를 중단해야 한다"며 "GM이 한국사업장에서 개발했거나 현재 생산 중인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의 후속 차종에 대해 실제 생산 계획을 증명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역시 이러한 약속과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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