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대체거래소(ATS)와 경쟁을 위해 출범 70여년 만에 주식 거래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인하했다. 투자자들은 거래 비용 부담이 줄어 반색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과도한 출혈 경쟁에 따른 시장 인프라 위축, 유동성 파편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부터 오는 2026년 2월 13일까지 주식 거래 수수료를 기존보다 20%에서 최대 40%까지 낮추는 정책을 시행했다. 기존 단일 수수료율(0.0023%)을 ATS인 넥스트레이드와 동일한 차등 요율제로 변경하고, 지정가 주문은 최대 40%까지 인하하는 등 조치가 특징이다.
한국거래소의 이번 수수료 인하는 지난 3월 출범해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는 넥스트레이드와 경쟁 심화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두 달간 한시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적용해 시장점유율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의 결정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거래 횟수가 잦은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 막대한 금액을 거래하면서 주로 지정가 주문을 활용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수수료가 절반 수준까지 떨어져 투자 수익률 향상에 도움이 되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의 향후 운영 방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볕든다. 과거 공공기관 성격이 짙던 한국거래소가 사상 처음으로 주식 거래 수수료를 인하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고객 중심의 서비스와 혁신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독점 체제였던 거래소 시장이 경쟁 체제로 전환하면서 실질적인 투자자 편익이 증대됐다는 점도 함께 부각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인하 정책이 향후 수수료 경쟁 장기화, 투자자 불만 등에 따른 지속적인 인하로 고착한다면 거래소의 수익성이 감소해 시장 시스템 개선이나 인프라 투자에 발행할 비용 등이 줄어 오히려 주식거래 시장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부가 ATS를 출범한 취지가 훼손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규 사업자가 질적 차별화가 아닌 가격 공세에 밀려 위축된다면 앞으로도 새로운 거래소나 시스템의 시장 안착 난이도가 올라갈 전망이다. 실제로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가 수수료를 인하한 첫날 거래대금이 37%가량 감소했다.
증권업계 불만도 감지된다. 증권사들은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을 통해 수수료, 체결 가능성 등을 비교하고 유리한 거래소에 자동으로 주문을 보내고 있어 두 거래소의 수수료율이 동일하면 점유율이 높은 기존 한국거래소로 주문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시스템을 수정해야 하며 시스템 유지 관리 비용 증가 등도 고려된다. 관련 비용이 결국 다른 형태로 투자자에게 전가될 여지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처럼 거래 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긍정적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은 당분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거래소간 경쟁 구도가 자본 시장 효율성 증대와 투자자 보호 강화 등으로 이어질 지도 관심이 쏠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인하는 경쟁 체제 도입의 상징적인 결과"라며 "단기적으로는 시장 혼선이나 비용 전가 우려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거래소들이 투자자 편익 증대와 시스템 혁신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