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벨트도 유찰…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사라졌다


'한강뷰' 금호21구역, 두 차례 롯데건설만 응찰
여의도 대교 '무혈입성'…내년 압구정·성수도 '빅매치' 실종 전망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건설사들의 경쟁 입찰이 줄고 있다.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확실한 곳에만 입찰에 나서고 있어서다. /더팩트 DB

[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건설사들의 경쟁 입찰이 줄고 있다.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확실한 곳에만 입찰에 나서고 있어서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금호21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15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을 마감했다.

입찰 결과 롯데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앞서 지난 10월 현장설명회에는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참여하며 경쟁 입찰 가능성이 있었지만 두 차례 모두 롯데건설만 단독 응찰했다. 조합은 내년 2월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두 번 유찰된 만큼 롯데건설과 수의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21구역은 금호동3가 1번지 일대로 재개발을 통해 지하 6층~최고 20층, 1242가구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공사비는 평(3.3㎡)당 868만원으로 총 6158억원이다. 금호21구역은 면적이 넓고 한강 조망이 가능해 사업성이 높게 평가된다. 전체 가구 수의 절반 수준인 600가구가 한강을 볼 수 있게 설계됐다.

높은 사업성에도 건설사들은 경쟁 입찰을 피하는 분위기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도 지난달 삼성물산이 수의계약으로 가져갔고 송파구 알짜 재건축 단지인 송파한양2차, 가락극동 역시 각각 GS건설, 롯데건설과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엔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실종됐다. 건설사들은 공사비 상승으로 경쟁 입찰에 따른 출혈 경쟁을 피하고 있다. 대신 수주 가능성이 크거나 사업성이 확실한 사업지에만 집중하고 있다.

금호21구역은 금호동3가 1번지 일대로 재개발을 통해 지하 6층~최고 20층, 1242가구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은 금호21구역 조감도. /서울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지와 사업성이 뛰어난 단지를 선별적으로 검토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며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이 내세우는 조건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시공권 경쟁이 벌어지면 홍보비 등 큰 비용이 발생하는데 사업권을 따내지 못하면 손해다. 업계에선 한 건설사가 긴 시간 공을 들인 곳은 피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분석한다.

건설사가 경쟁 없이 시공권을 따내면서 수의계약을 맺는 것이 조합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조합의 경우 아파트 브랜드가 중요한 상황에서 시공사 간 경쟁은 아파트 가치의 큰 상승을 불러온다. 반면 경쟁이 사라질수록 시공과 관련된 선택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공사비나 향후 공사 진행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선 건설사들이 수주 경쟁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내년 대어급 정비사업장으로 꼽히는 압구정, 성수, 여의도에서도 핵심 사업장을 제외하면 경쟁 입찰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출혈 경쟁을 피하고자 건설사들이 물밑 작업을 통해 조합과 관계를 쌓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조합은 당연히 많은 건설사가 와서 경쟁 입찰이 되는 게 좋지만 한 정비사업장에 특정 건설사가 공을 들이면 다른 건설사들이 발을 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과정에서 조합과 건설사 간 유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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