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리=이한림 기자] 최근 재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은 연일 한국과 일본의 경제 협력을 강조하면서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현재의 복합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역사적 문제를 넘어선 경제적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양국 기업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조선업계에서는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그간 기술 탈취와 사업자 선정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는데요. 사업 방식 결정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유권해석도 이목이 쏠립니다. 정치권에서도 연일 상생안 또는 공정성을 강조하며 사업에 개입하는 분위기로 치닫으면서 객관적 지표보다 정치적 이슈로 사업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먼저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 "공급망, 산업·사회 구조가 유사한 일본이 가장 적합한 파트너"
-최 회장이 일본과의 '경제 협력'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고요?
-맞습니다. 최 회장은 지난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한일상의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한국과 일본이 단순한 협력을 넘어 이제는 연대와 공조를 통해 미래를 같이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는데요. 특히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한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에너지를 구매하거나,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의료 시스템을 공유함으로써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유럽연합(EU)의 '솅겐 조약'처럼, 여권 없는 왕래를 통해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죠.
-지난 10일 열린 탄소중립·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도 일본을 거론했다던데.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해서도 일본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인데요. 최 회장은 "가까운 이웃인 일본은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마련, 산업과 에너지 기술 정책을 통합해 성장과 탈탄소,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추구하고자 하는 통합적인 정책 패키지를 가동하고 있다"며 "이처럼 잘 짜여진 전략을 공유해 서로 협력하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짚었습니다.
-최근 들어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최 회장이 이전부터 지속해서 강조해 왔던 부분입니다. 지난해 5월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서는 한일중 민간 경제 협력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같은 해 11월 열린 한일상의 회장단 회의에서는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차원에서 에너지, 공급망, 첨단기술 등 경제 협력 유망 분야를 모색하기도 했는데요. 올해 5월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과 만난 자리에서는 "EU와 같이 일본과 경제 연대를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지난 10월 제104대 총리로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가 선임되자 축하 서한을 보내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양국이 협력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죠.
최 회장이 최근 '한일 연대'의 중요성과 관련해 언급 횟수를 늘린 이유는 이제 경제계가 독립적인 형태로 운영돼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중국·EU 등이 각자 경제 블록을 만드는 상황에서, 우리 또한 힘을 합쳐야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인데요. 여기에서 공급망, 산업·사회 구조가 유사한 일본이 가장 적합한 파트너라는 설명입니다.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은 안팎으로 공통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밖으로는 글로벌 통상 환경과 첨단 기술 경쟁에 대응해야 하고, 안으로는 저출생·고령화, 지역소멸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최 회장은 유독 협력을 중요시하는 것 같네요.
-활발한 교류, 연결 등이 지금의 번영을 이끈 핵심 동력이라는 겁니다. 결합과 보완을 통해 혁신을 이뤄내고, 그것을 리딩해 표준으로 자리 잡게 한다면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큰 그림인데요. 재계 맏형이자 국내 최대 경제단체인 대한상의를 이끌고 있는 최 회장은 앞으로도 협력과 관련해 공개적인 메시지를 지속해서 낼 것으로 보입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