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유출에 산재대응문건도…쿠팡, 산 넘어 산


유가족·언론 등 단계별 임무 적시
쿠팡 "미승인 문서…억측보도 자제"
이 대통령, 업무보고서 쿠팡 직격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서 337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3300만건이 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는 쿠팡에 또 다른 악재가 등장했다.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회사 측의 행동지침을 담은, 이른바 '산재대응문건'을 만들어 운용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쿠팡 측은 해당 보도에 언급된 문서가 ‘승인되지 않은 문서’라며 ‘억측 보도 자제’를 당부했다.

◇ 산재 발생 시 단계별 행동 임무…"해결보다 조직적 은폐 몰두" 비판

12일 MBC·뉴스타파·한겨레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매체 공동취재팀은 쿠팡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고자 유족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대응 계획을 세운 문건을 입수했다고 전했다.

쿠팡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만든 '위기관리 대응 지침'으로, 문건에는 △사건 발생 △병원△장례식장 △언론 △경찰 △고용노동부 △국회 등으로 구분해 단계마다 직원들이 대응해야 할 임무들이 나와 있다는 게 골자다. 문건은 2021년 1월에 만들어졌고, 최종 수정일은 2023년 3월로 나타났다.

가령 장례식장 대응 단계에선 "유족을 우리 편으로 만든다" "오염된 정보를 차단한다"가, 언론 대응 단계에선 "기자가 정확한 팩트(Fact)를 알게 하고, 왜곡된 주장 또는 취재 시 즉각 반박한다", "사실과 다른 주장, 왜곡 보도 시 강력 대응할 것임을 각인시킨다"가 적혀 있다고 했다.

이 보도가 나오자 노서영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전날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열고 "쿠팡은 노동자들을 희생시킨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조직적인 은폐에만 몰두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 국정조사·특검을 통해 철저히 규명하고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쿠팡 "미승인 문서, 동일문서번호 규정 이미 존재…억측 보도 자제 요청"

쿠팡 측은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특히 "해당 문서는 민주노총 간부 등이 무단으로 유출한 자료로 확인된다"며 "승인되지 않은 문서"라고 강조했다.

보도에선 해당 문건 제목이 '(대외비)EHS-CFS-PG-07 위기관리 대응 지침'이라고 했는데, 쿠팡 측은 "동일한 문서번호의 다른 규정(EHS-CFS-PG-07 도급공사 안전보건 관리 지침)이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보도는 PG가 쿠팡 내부에선 이를 '공식 가이드'(PublicGuide) 또는 '정책 가이드'(PolicyGuide)로 통한다며, PG문건은 쿠팡 본사 정책 대관팀, 이른바 'PP팀'(PublicPolicy팀)이 만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쿠팡 측은 'PG'는 'Procedure General, 표준절차'의 약어라고 했다. 그러면서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사업장에서의 각종 안전사고에 대응하기 위하여 '중대재해 및 비상대응 규정' 등을 제정하여 2022년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억측을 바탕으로 한 보도를 자제하여 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 "합당한 경제적 부담 지워야"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에서 쿠팡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점도 쿠팡에겐 첩첩산중으로 느껴질 상황이다.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언급했다는 그 자체가 현 상황을 가볍지 않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이 대통령은 12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대한 과징금 산정 방식 손질과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을 잇달아 제기하며 제도 강화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원래 이런 규정을 어기면 난리가 나야 하는데, 지금은 위반하고도 '뭐 어쩔 건데'라는 태도를 보이는 느낌"이라며 "직전 3년 평균이 아니라 그중 매출이 가장 컸던 해를 기준으로 3%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시행령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최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염두에 둔 강경 메시지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기재부 업무보고서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 규정을 어기지 않았나.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다"며 "(경제적 불법 행위에는) 그에 합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워야 한다"고도 직격했다. 또한 같은 날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는 "야간 노동자 건강권 이야기는 사실 쿠팡 때문 아니냐"고 질문을 이어가며 관련 대책을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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