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중국차'라는 단어에는 여전히 선입견이 존재한다. 가격 대비 경쟁력은 인정받지만, 디자인이나 주행 감각에서는 평가가 엇갈려왔다. BYD 씨라이언7(SEALION 7)은 이런 흐름 속에서 지난 9월 국내에 출시된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지난 10~12일 서울 도심과 경기 남양주시 일대를 주행하며 차량을 경험했다.
씨라이언7은 첫인상부터 부담이 없다.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정돈돼 있고 전반적으로 깔끔한 인상이다. 전면부는 날카로운 선을 사용했지만 과하게 공격적이지 않고, 측면은 쿠페형 SUV 특유의 부드러운 루프라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특정 취향에 치우치기보다는 누구나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디자인이다. 과한 장식을 덜어낸 대신 비례와 균형을 중시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실내에 들어서면 깔끔함이 먼저 느껴진다.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기능을 중앙 디스플레이로 통합했다. 처음에는 차량 설정 메뉴 등을 찾느라 화면을 몇 번 더 보게 되지만, 구조가 단순해 금방 익숙해진다. 15.6인치 중앙 화면은 크기가 커 내비게이션 가독성이 뛰어나다. 주행 중 지도 확인이나 경로 파악이 한결 편하다.
다만 주행 중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실제 주행 속도와 내비게이션 화면에 표시되는 속도 반응이 미묘하게 어긋난다. 체감상 화면 반응이 살짝 늦은 편이다. 대신 세부 구성에서는 배려가 느껴진다. 중앙 디스플레이 하단에 배치된 50W 무선충전 패드는 충전 중 발열을 고려해 전용 송풍구를 함께 마련했다. 발열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장시간 주행에서도 과열에 대한 부담은 줄어든다.
공간 활용도는 기대 이상이다. 2열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여유롭고, 2.1㎡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덕분에 개방감도 뛰어나다. 뒷좌석은 열선 기능과 함께 등받이 각도를 최대 20도까지 조절할 수 있어 장거리 이동에서도 편안하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500ℓ이며 2열을 60:40으로 접으면 최대 1769ℓ까지 확장된다. 전면에는 58ℓ 크기의 프렁크도 마련됐다.
주행을 시작하자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부드러운 움직임이다. 출발부터 차가 튀지 않고 매끈하게 나가며 가속 페달 반응도 차분하다. 밟는 만큼 속도가 자연스럽게 붙고, 급가속 상황에서도 차체 반응이 과하지 않다. 제동 시에도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차체가 쏠리지 않고 부드럽게 감속했다. 속도를 올려도 차체는 가볍지 않고, 전반적으로 중심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구간에서도 충격을 비교적 잘 걸러준다. 주파수 가변 댐핑 서스펜션의 영향으로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편안한 쪽에 가깝다. 외부 소음 유입도 크지 않다. 윈드실드와 앞좌석 윈도우에 적용된 이중 접합 유리 덕분인지 도심과 자동차전용도로 모두에서 실내는 조용하게 유지된다.
아쉬운 부분은 후방 시야다. 쿠페형 디자인 특성상 뒷유리가 많이 누워 있어 룸미러로 보는 시야각은 넓지 않다. 다만 3D 서라운드 뷰와 각종 주행 보조 기능이 이를 어느 정도 보완해준다.
씨라이언7은 전기차 전용 e-플랫폼 3.0과 셀투보디(CTB) 기술을 적용한 순수 전기 SUV다. 82.56kWh 배터리를 탑재해 환경부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98㎞, 저온 주행거리도 385㎞로 상온 대비 저하 폭이 크지 않다. 급속 충전은 최대 150kW를 지원해 20%에서 80%까지 약 30분이면 가능하다.
씨라이언7은 지난 9월 국내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1341대가 판매되며 BYD 라인업 가운데 비교적 빠른 판매 흐름을 보이고 있다. 디자인과 공간 활용성, 주행 질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갖췄다는 평가다. 국내 판매 가격은 4490만원이며 약 180만원의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4000만원 초중반대로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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