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면비디아(면+엔비디아)'로 불리며 급등세를 보였던 삼양식품의 '불닭 랠리'가 한풀 꺾였다. 글로벌 불닭 열풍에 최근 1년간 주가가 233% 치솟았지만 단기 오버슈팅(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는 현상) 이후 조정 국면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증권가는 중국 신공장 증설, 밀양2공장 가동 효과 등을 근거로 중장기 성장 여력을 높게 전망한다.
◆ 11월 라면 수출 부진·美 관세 부과에 주가 '주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8일 전 거래일(129만7000원) 대비 0.39% 내린 129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9월11일 기록한 고점(166만5000원) 대비 22.4%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4.1%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삼양식품은 주가가 최근 3년간 1580% 뛰며 '면비디아'라는 신조어도 낳았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폭발적인 상승세에 빗댄 말이다. 외신에서도 삼양식품 주가를 집중 조명했다.
최근 흐름이 꺾인 데에는 11월 라면 수출 잠정치가 기대치를 하회한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11월 국내 라면 수출 잠정치는 1억2648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2.9%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7.6% 증가했지만, 증가 폭이 둔화되며 상승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국가별로는 중국 수출이 전분기 대비 10% 줄었고, 미국은 20.4% 급감했다. 미국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로도 4.4% 감소했다.
특히 미국 시장은 관세가 직격탄이 됐다. 미국은 지난 8월부터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식품에 15% 관세를 매기고 있다. 삼양식품은 국내 원주·익산·밀양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보내기 때문에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받는다. 이에 10월부터 미국 내 유통채널 공급가를 9% 인상했다.
게다가 미국에서 불닭볶음면의 가격이 오른 것은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 체감 효과가 더 컸을 수 있다는 뜻이다.
◆ "'수출 전진기지' 밀양2공장 가동...4Q 실적 최대 예상"
증권가에서는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는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삼양식품이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밀양2공장 가동효과에 힘입어 4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불닭 라인업이 글로벌 매운맛 트렌드의 중심에 있으며 상온상품 특성상 물류·현지생산 대체 리스크가 적어 해외 매출 증가의 지속성이 높은 편"이라며 "올해 4분기에는 밀양2공장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로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식음료 프랜차이즈 기업과의 콜라보 확대로 불닭 브랜드 인지도 향상 및 소스 실적 기여 확대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년은 밀양2공장 가동 효과가 반영되는 해로 2026년 삼양식품의 예상 생산능력(CAPA)은 물량 기준 27억식, 금액 기준 2조900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 생산 라인 교체 및 생산성 향상, 근무일 확대로 예상 생산능력은 물량 기준 29억식, 금액 기준 3조2000억원까지도 확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생산기지 확장도 기대감을 높인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19일 공시를 통해 중국 자싱 현지 생산법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기존 6개 라인(봉지면 5개, 용기면 1개) 증설 계획을 8개 라인(봉지면 6개, 용기면 2개)로 확대했다. 예상 투자금액도 약 2014억원에서 2072억원으로 상향했다.
권우정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이번 증설 공시의 핵심은 중국 공장 완공 전에 선제적으로 증설 확대를 결정했다는 점"이라며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중국 및 글로벌 수요에 대한 회사의 강한 확신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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