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우리나라 경제가 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 진단이 나왔다. 다만 건설업 부진이 장기화되고 미국 관세를 둘러싼 통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경기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12월 경제 동향'에서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건설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나, 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 개선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KDI는 계엄 사태와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 등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경기 하방 위험 증대', '경기 둔화', '미약한 상태', '낮은 수준' 등의 문구를 보고서에 적시하며 부정적인 경기 인식을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 9~10월 평가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비롯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가 반영되면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흐름 유지'라는 표현을 추가하는 등 진단 수위를 소폭 완화했다.
특히 지난달 '경기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한 데 이어 이달에는 '완만한 경기 개선세 유지'라는 문구까지 꺼내 들었다. KDI 경기 인식이 '둔화→완화→개선'으로 상향된 것이다.
KDI는 "소비는 금리인하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가운데 정부 지원 정책도 지속되며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소비와 밀접한 부문의 고용도 부진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건설업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통상 관련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의 고율 관세로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의 교역이 다소 위축됐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10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지만, 9∼10월 2개월 동안을 본다면 1년 전보다 1.6% 증가했다.
서비스업생산(3.6%)은 보건·사회복지(6.6%), 금융·보험(4.2%)을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전산업생산 증가세를 견인했다.
건설업생산(-14.2%)은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광공업생산(1.6%)도 반도체(14.6%)를 제외하고 자동차(-2.2%), 기계장비(-3.8%) 등이 감소세를 이어 나가며 완만한 증가에 머물렀다.
소비는 시장금리 하락세와 정부의 2차 소비쿠폰 지급 및 지역화페 할인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이어갔다. 10월 소매판매액은 늦은 추석의 영향으로 상승폭(2.2%→0.3%)이 축소됐으나, 9~10월 평균으로는 1.3%의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1.9%), 예술·스포츠·여가(9.4%) 등의 생산도 계절조정 전월 대비 증가했다.
KDI는 "기준금리 인하가 시차를 두고 파급되는 가운데 소비자심리지수(112.4)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 개선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소비쿠폰 지급 등에 따라 소매판매액이 단기적으로 등락할 수 있겠으나, 전반적인 소비 여건은 완만하게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11월 수출은 반도체(일평균 기준 44.7%) 호조세에 힘입어 8.4% 증가했다. 다만 이마저도 반도체 가격 급등에 일부 기인한 것으로, 물량 기준으로는 점차 조정되는 모습이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여타 품목이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아울러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이 체결됐으나,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적법성 판결이 남아있는 등 통상 환경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고 KDI는 설명했다.
공급 측 요인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기조적 물가상승세는 물가안정목표(2%) 내외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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