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살린 차우철, 위기의 롯데마트서도 '성공 방정식' 통할까


롯데GRS, 실적 부진 딛고 리브랜딩…연 매출 1조 재진입
롯데마트·롯데슈퍼 3년 넘게 역성장, 차우철 구원투수로

차우철 롯데마트·롯데슈퍼 신임 대표이사 사장. /롯데지주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롯데그룹이 이커머스 홍수 속에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마트 새 수장으로 롯데리아의 부활을 이끌었던 차우철 부사장을 선임했다. 롯데그룹은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체 CEO의 3분의 1에 이르는 20명의 임원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반면 차 대표는 롯데리아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직에 올랐다. 차 대표의 롯데리아 성공 방정식이 롯데마트로 이어질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차우철 롯데GRS 대표이사 부사장은 이달 1일 사장 승진과 함께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대표이사 겸 슈퍼사업부 대표이사직에 취임했다. 차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위축되던 롯데리아를 전면 리브랜딩해 일으켜 세운 인물이다.

1968년생 차 대표는 경희대 식품가공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롯데제과 전산실로 입사했다. 일편단심 '롯데맨'인 그는 롯데정책본부 개선실과 롯데지주 경영개선1팀장 등을 거쳐 2021년 롯데GRS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재임했다.

롯데리아 미국 매장 모습. /롯데리아USA 홈페이지

롯데GRS는 지난 1979년 탄생한 국내 1세대 토종 햄버거인 롯데리아를 대표 브랜드로 두고 있다. 그러나 롯데GRS는 10년 전부터 오래된 기업 이미지에 갇히면서 역성장을 나타냈다. 당시 롯데GRS 연 매출은 2014년 1조1329억원에서 2015년 1조1232억원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프리미엄 외식업 붐이 크게 일었고, 햄버거 시장은 상대적으로 소비자 눈 밖으로 밀려나 영향을 줬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들어 SPC그룹 쉐이크쉑을 주축으로 해외 프리미엄 햄버거들이 국내로 물밀듯이 들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리아는 코로나19 팬데믹 현상까지 맞닥뜨렸다.

이에 롯데GRS는 2020년 연 매출 6636억원으로 고꾸라지면서 실적이 반토막 났다. 이때 롯데GRS 구원투수로 투입된 인물이 차우철 대표였다. 차 대표는 롯데리아만의 1세대 토종 햄버거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밀리터리버거, 전주비빔라이스버거, 김치버거 등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맞춤형 메뉴들을 쏟아낸 것이다. 지난 8월에는 햄버거 고장인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롯데리아 1호점 매장을 냈다.

차 대표는 또 지난해 7월 12년 만에 롯데리아 새 BI(Brand Identity)를 공개했다. 새 BI에는 롯데리아의 △브랜드 인지도 강화 △통합 아이덴티티 구축 △해외 시장의 범용성 확대 등의 목표를 담았다. 이와 함께 롯데리아만 팻네임 '리아(Ria's)'도 내걸었다. 맥도날드 맥모닝처럼 롯데리아도 '리아 불고기' 등의 이름을 사용해 소비자 인식 전환에 나섰다.

그 결과 롯데GRS는 차 대표 취임 이후 연 매출이 △2022년 7815억원 △2023년 9242억원 △2024년 9954억원으로 매해 성장세를 그렸다. 올해 3분기 누계 매출도 8221억원으로, 전년 동기(7440억원) 대비 10.5% 증가해 연 매출 1조원 재진입도 가시화됐다.

롯데쇼핑 오카도 부산 고객풀필먼트센터(CFC) 조감도. /롯데쇼핑

하지만 차 대표가 새로 이끌게 될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와 슈퍼사업부의 상황은 녹록지않다. 쿠팡과 컬리 등 이커머스 홍수 속에서 오프라인 매장은 점차 존재감을 잃고 있다. 롯데마트는 현재 국내 112곳, 해외 63곳의 점포를 운영한다. 롯데슈퍼는 국내 340곳의 점포를 뒀다.

그러나 롯데마트는 최근 3년간 연 매출이 △2022년 5조9043억원 △2023년 5조7347억원 △2024년 5조5765억원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모습이다. 롯데슈퍼 역시 △2022년 1조3432억원 △2023년 1조3063억원 △2024년 1조2962억원으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3분기 누계 매출도 4조1165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4조2437억원) 대비 3.0% 감소했다. 실적 악화의 주요인은 국내 사업이다. 이 기간 국내 사업이 전년 3조1166억원에서 5.2% 준 2조9538억원에 그치면서 전체 실적을 갉아먹었다. 더구나 롯데마트 국내 사업은 3분기 누계 영업손실 390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롯데슈퍼 역시 올해 3분기 누계 매출이 전년 9935억원에서 6.7% 감소한 9274억원에 그쳤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371억원에서 107억원으로, 무려 71.0% 급감했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10월 롯데그룹 이커머스 계열사인 롯데온의 신선식품사업(e그로서리)부를 흡수하면서 악영향을 끼쳤다. 롯데마트는 온·오프라인 통합 유통망을 구축해 지난 4월 식료품 전용 플랫폼인 '롯데마트 제타'를 선보였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마트는 지난 2022년부터 영국 온라인 플랫폼 '오카도'와 협업해 부산에 초대형 고객풀필먼트센터(CFC)를 짓고 있다. CFC는 고객 주문부터 출고까지 전 과정을 로봇이 처리하는 자동화 물류센터다. 부산 CFC는 내년 상반기 준공을 앞뒀다. 롯데마트는 오는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오카도 물류센터 6곳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쿠팡이 새벽배송으로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오카도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지 업계에선 우려가 뒤따른다.

이처럼 차 대표는 롯데마트의 실적 개선과 함께 대대적 투자로 인한 재무 리스크를 동시에 방어해야 한다. 과거 그가 치열했던 햄버거 시장에서 롯데리아만의 리브랜딩으로 성과를 이뤘던 만큼 유통업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롯데그룹은 "차우철 대표는 롯데GRS 재임 시절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높여 신사업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업 확장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라며 "(롯데쇼핑에서는) 롯데마트와 슈퍼의 통합 조직관리, e그로서리사업의 안정화, 동남아 중심의 해외사업 확장 등을 주도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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