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후폭풍…서울 '로또 청약' 줄줄이 내년으로 밀렸다


'오티에르 반포' 분양 내년 2월로 밀려
'더샵신풍역'·'아크로리버스카이'도 내년으로
대출규제로 조합·시공사 분양가 갈등

정부의 10·15 대책 이후 연말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황준익 기자] 정부의 10·15 대책 이후 연말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통상 연말은 밀어내기 물량이 많은 시기지만 올해는 수요자들의 대출이 묶이자 조합과 건설사들이 미분양 리스크를 우려해 분양 일정을 잇달아 조정하고 있다.

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아파트를 재건축해 공급하는 '오티에르 반포' 분양 일정이 당초 이달에서 내년 초로 연기됐다.

신반포21차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분양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년 1~2월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티에르 반포는 포스코이앤씨가 하이엔드 브랜드(오티에르)를 론칭한 이후 처음 적용되는 단지다. 지하 4층~지상 20층, 2개 동, 251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87가구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큰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곳이다. 오티에르 반포는 후분양 단지다. 입주 전까지 자금 마련 부담이 큰 상황에서 분양 일정이 불투명해져 이주 및 자금 계획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영등포구 신길5동지역주택조합 단지인 '더샵 신풍역' 역시 애초 지난 10월에서 내년 1월로 미뤘다. 더샵 신풍역은 지하 3층~지상 35층, 16개 동, 2030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대단지로 312가구를 일반분양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영등포구 문래동 진주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더샵 르프리베'도 연말 분양에서 내년 2월로 연기됐다. 지하 3층~지상 21층, 6개 동, 324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138가구가 일반분양이다.

DL이앤씨가 노량진8구역 재개발을 통해 공급하는 서울 동작구 대방동 '아크로 리버스카이'도 이달 분양에서 내년 4월로 일정이 미뤄졌다. 지하 4층~지상 29층, 10개 동, 987가구 규모로 일반분양 물량은 815가구에 달한다.

오티에르 반포와 함께 로또 청약으로 꼽히는 '아크로 드 서초'의 경우 지난 10월 분양을 목표로 했지만 아직 분양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서초신동아아파트를 재건축해 공급하는 아크로 드 서초는 총 1161가구로 일반분양은 56가구다.

GS건설이 서초구 방배동 방배13구역 재건축을 통해 공급하는 '방배 포레스트자이'도 올해 하반기 분양 예정이었지만 내년 상반기로 연기됐다.

아크로 드 서초의 경우 지난 10월 분양을 목표로 했지만 아직 분양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서초신동아아파트를 재건축해 공급하는 아크로 드 서초는 총 1161가구로 일반분양은 56가구다. /DL이앤씨

업계에선 조합과 시공사 간 분양가 조율 때문에 분양 일정이 늦어진다고 본다. 조합은 일반 분양가를 높이기를 바란다. 분양가가 올라야 조합 수익이 높아져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건설사들은 조합이 분양가를 올리는 것에 제동을 걸고 있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맞으면 조합과 시공사 모두 손해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가 높아도 분양이 잘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대출규제인 상황에서 고분양가 고집은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계속 내놓은 여파로 분석된다. 지난 10월 서울 전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대출도 규제지역에서는 15억원 초과~25억원 미만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규제지역에서 신축 아파트 분양을 받으면 중도금 대출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40%로 축소되면서 자금 마련 부담이 커졌다.

실제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1월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는 98.5포인트(p)로 전월 대비 8.9p 올랐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까지 이어져 온 분양가 상승세와 대출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이 청약 대신 관망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10·15 대책 이후 분양하는 단지들의 분양가 산정 고민이 크다"라며 "조합은 조합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높이려고 하지만 자금 마련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무작정 올릴 수도 없어 건설사들이 일반분양가 낮추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달 약 2만여 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규모지만 최근 3년 평균 물량과 비교하면 12%가량 적은 수준이다. 직방에 따르면 12월 분양물량은 수도권 1만3780가구, 지방 6664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규제 변화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건설사들이 연내 분양을 서두르기보다 일정을 조정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전체 공급 규모는 제한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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