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 노조들이 새 지부장 선거에 돌입했다. 지부장 선거는 통상 내년 임금·단체협상(임단협) 흐름을 좌우하는 변수로 꼽힌다. 업계는 완성차 시장 전반에 관세·정년·서비스센터 운영 등 굵직한 노사 현안이 겹쳐 있는 만큼 차기 지부장 성향에 따라 내년 협상 기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강봉진·이종철·임부규·심재문 후보 등 4명이 지부장 후보로 등록해 이날 1차 투표에 돌입했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오는 9일 결선 투표를 다시 진행한다. 올해 선거는 강성 성향으로 분류되는 기존 주자들과 세대교체를 내세운 후보가 맞붙는 구도로 압축된다.
강봉진·임부규 후보는 지난 2023년 지부장 선거에도 출마했던 인물로 과거 노조 투쟁 과정에서 구속 전력이 있는 등 강성 노선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이종철 후보 역시 노조 활동 과정에서 실형을 받은 경력이 있어 강성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반면 후보 중 유일한 40대인 심재문 후보는 현장 조직 활동을 기반으로 한 상대적 중도 노선을 표방하며 세대교체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각 후보의 공약도 뚜렷하다. 강봉진 후보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통상임금 정상화와 정년 연장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종철 후보는 노조 조직력 강화와 내부 혁신을 강조하며 '강한 노조 구축'을 내세웠다. 임부규 후보는 후보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여금 인상안(900%)을 내걸었다. 심재문 후보는 청년 간부 전면 배치와 조직 세대교체를 중심으로 한 체질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도 지난달 28일 유종욱·장경대·안규백 후보가 참여한 1차 투표를 진행했으나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장경대·안규백 후보 2명이 결선에 진출했다. 1차 투표에서는 총 6925표 중 장경대 후보가 2307표(36.3%), 안규백 후보가 2453표(38.6%)를 얻었다. 결선 투표는 4~5일 진행되며 현 지부장인 안규백 후보의 재선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GM은 9개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 종료 문제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노사 간 입장차가 큰 상황이어서 내년 임단협 협상 강도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GM노조는 회사의 운영 종료 결정에 반발해 '직영정비 폐쇄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기자회견·결의대회 등을 잇따라 열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향후 구체적인 투쟁 방식과 강도는 지부장 선거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향후 투쟁 수위 등은 지부장 선거 이후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는 정년 연장, 전동화 전환에 따른 생산체계 변화, 관세 이슈 등 대내외 변수가 겹치며 노사 관계가 예민한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앞으로 임금체계 조정, 인력 재편, 서비스센터 운영 등 의견차가 큰 의제들이 예정된 만큼 차기 지부장이 어떤 협상 기조를 택하느냐에 따라 내년 임단협의 속도와 갈등 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는 노조의 협상 기조 변화가 생산 일정과 투자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며 "강성·중도 성향 중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내년 임단협의 접근 방식과 논의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동화 전환과 글로벌 관세 환경 변화 등 복합적인 변수가 있는 만큼 올해 지부장 선거는 예년보다 업계의 관심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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