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BYD가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 데 이어 내년에는 지커(Zeekr)·샤오펑(Xpeng) 등이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추가 유입이 예고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의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지리 홀딩 그룹의 프리미엄 전동화 브랜드 지커는 전날 중국 항저우 지커 타워에서 에이치모빌리티ZK·아이언EV·KCC모빌리티·ZK모빌리티 등 국내 4개 파트너사와 딜러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행사에는 알렉스 난 지리자동차 인터내셔널 CEO, 천 위 지커 부사장, 제프 차오 동아시아 총괄, 임현기 지커 코리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지커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프리미엄 브랜드에 맞춘 판매·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파트너사들은 모두 프리미엄 수입차 운영 경험을 갖춘 기업을 모회사로 두고 있다. 내년 출시를 준비 중인 샤오펑도 인증 절차와 딜러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1분기 첫 모델 출시를 목표로 조직을 꾸리고 있다.
내년 중국 브랜드의 추가 진출이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BYD를 중심으로 중국차의 국내 시장 기반은 이미 확대되고 있다. 1~10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8만7877대이며, 이 중 국내 브랜드는 11만4557대(61%), 수입 브랜드는 7만3320대(39%)였다. 수입 브랜드별로는 테슬라가 4만7962대로 선두였고 BMW 4814대, 아우디 4222대가 뒤를 이었다. 그 뒤를 BYD가 3791대로 바짝 뒤쫓으며 진출 첫해부터 상위권에 올랐다.
당초 업계는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을 이유로 BYD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BYD가 11월 수입차 판매량 5위에 오르는 등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차의 외연 확대는 가파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계 브랜드는 전세계 86개국에서 시장 점유율 22%를 기록하며 신흥국뿐 아니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내년 국내에서 중국차 성장세를 뒷받침할 요소로는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국내 출시가 거론되는 BYD 소형 전기차 돌핀의 경우 정부·지자체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 미만으로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돌핀과 아토3는 주행거리 400㎞대, 급속충전 30분대 성능을 갖춰 EV3·캐스퍼 일렉트릭 등 국산 '가성비 라인업'과 직접 경쟁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기술·원가 구조에서도 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도 올해 중국 자동차·부품 경쟁력이 한국을 100으로 볼 때 102.4로 이미 비슷한 수준에 올라섰고, 2030년에는 114.8까지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중국은 대규모 정부 지원과 규제 완화, 배터리·ICT 기업의 진입을 기반으로 자율주행·SW·전동화 기술 상용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또 중국 완성차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반 원가 우위를 앞세우는 반면 현대차·기아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중심 구조라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한 점도 부담이다. 자율주행 역시 현대차 양산차는 레벨 2~2+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업체는 도시 자율주행을 포함한 레벨 2+ 상용화가 빠르고 일부 기업은 제한적 레벨 3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당장 시장 전체를 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중국 브랜드가 점차 점유율을 넓히는 흐름은 분명하다"며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소비자들의 중국차 거부감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차 기술이 한국보다 앞선다고 보긴 어렵지만 가성비는 월등하다"며 "자율주행은 규제 완화 속도 차이 때문에 더 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는 중국산을 망설여도 렌터카·기업은 가격을 절대 기준으로 본다"며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확산이 빨라지면 국내 시장 잠식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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