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숏리스트가 공개되며 본격적인 회장 임명 레이스가 시작됐다.
우리금융의 숙원 과제였던 '종합금융그룹'을 완성한 임종룡 현 회장의 '연임론'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내부통제와 실적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받는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깜짝 발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감독당국에서 금융그룹 회장 연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비공개 외부 후보 2명 역시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숏리스트)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과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 외부 후보는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비공개하기로 했다.
임추위는 지난 10월말 경영승계절차 개시 이후 후보군을 대상으로 △내·외부 전문평가기관을 통한 경영성과 △최고경영자 육성프로그램 결과 △리더십 등 평판조회 결과 등을 점검하였고, 12월 1일 롱리스트 후보군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후 숏리스트 후보군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차기 회장의 유력 후보로는 임종룡 회장이 1순위로 손꼽힌다.
임 회장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명박 대통령 비서실 경제비서관으로 일했다. 이후 기획재정부 1차관을 거쳐 국무총리실장을 지내고,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금융위위원회 위원장으로도 역임했다.
임 회장은 2023년 우리금융 회장에 선임됐으며, 우리금융의 숙원 과제로 손꼽히는 '종합금융그룹'의 완성을 이룩한 성과가 있다. 지난 2024년 우리투자증권을 다시 출범시키며 증권업종을 강화한 데 이어 2025년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해 보험업에도 진출했다.
이를 통해, 은행에만 의존하던 우리금융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자산·수익 구조 다각화를 위한 그룹 포트폴리오가 현실화됐다는 평가다.
실제 우리금융은 그룹 출범 이후 최초로 올해 3분기 기준 분기 순이익 1조원대(1조2444억원)를 달성했다. 이는 비은행 인수 효과와 더불어 순영업수익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으며, 그룹 전체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0.87%까지 상승하며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가장 발빠른 대처로 임 회장이 새정부에도 '눈도장'을 찍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 회장은 지난 9월 29일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에 총 80조원에 재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5대 금융그룹 중 가장 먼저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며, 임 회장이 직접 브리핑을 열고 세부 투자 계획을 설명하는 등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였다.
함께 후보로 이름을 올린 정진완 우리은행장도 재무건전성 개선과 내부통제 성과로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95년 한일은행으로 입행했던 정 행장은 2008년 우리아메리카은행(현지법인) 부장으로서 글로벌 영업 경력을 쌓았다.
이후 국내로 복귀해 우리은행 종로3가지점장,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 행장은 2024년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했으며, 우리은행 '최연소 행장' 타이틀을 기록했다.
취임 이후 정 행장은 그룹 전체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중시하며 자산 리밸런싱을 단행했다. 그 결과, 우리금융그룹의 핵심 자본비율(CET1 비율)이 2025년 3분기 기준 약 12.92%로 상승하며, 지난 1년간 거의 100bp(1%포인트) 가까이 개선됐다.
또 2024년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현장중심 영업을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2024년 본부조직을 20곳에서 17곳으로 줄이고, 부행장 정원도 23명에서 18명으로 줄였다. 또 은행장과 각 그룹을 맡는 부행장 사이 존재하던 '부문장 제도'를 폐지하고, 각 사업그룹장의 독립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금융사고를 예방하고 위험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하는 등 내부통제 조직을 강화했다. 내부통제 강화의 결과로 우리은행은 2025년 상반기까지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금융사고 공시 0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임 회장에 대한 '민심'이 압도적이다.
한 우리금융 계열사 관계자는 "과거 우리금융이 공적자금 투입 후 정부의 간섭이 심했었지만 최근에는 지분을 모두 매각해 민영화가 완료됐다"면서 "임 회장 취임 후 증권과 보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 회장의 꼼꼼한 업무능력이 높이 평가받는 모습이다. 실제 임 회장은 과거 증권사 인수 검토 과정에서 직접 여러 증권사와 접촉하며 현장을 뛰었고,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당시에도 관련 부서를 수시로 불러 실시간 보고를 받으며 의사결정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당국에서 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에 대해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익명 후보 2명의 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참호 구축'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 이 원장은 12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지주사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공공성이 요구되는 조직임에도 이사회가 균형 있게 구성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회장의) 연임 욕구가 과도하게 작동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선정된 4명의 숏리스트 후보자를 대상으로 앞으로 약 한 달여 간 △복수의 외부 전문가 면접 △후보자별 경영계획 발표(프리젠테이션) 및 △심층 면접 등 면밀한 검증 과정과 위원들 간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차기 회장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할 계획이다.
임추위에서 선정한 최종 후보자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내년 3월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통해 차기 회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추위에서 6개월 전부터 내외부 후보자에 대해 엄격히 검증했으며, 어떤 후보라도 회장으로 선출됐을 때 훌륭히 회장 업무를 수행할 자격을 갖추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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