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오는 17일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지면서 후보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이 마무리된 가운데 유재춘 서울축산새마을금고 이사장이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지며 선거전 초반 판도를 흔들고 있다. 공격적 영업을 바탕으로 자산을 빠르게 키운 그는 동시에 건전성 부담과 공동대출 관여 논란도 안고 있다는 평가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가장 먼저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린 인물은 유재춘 서울축산새마을금고 이사장이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10일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중앙회장 선거는 예비후보자 등록과 함께 오는 3일까지 진행되는 후보자 등록 절차로 나뉜다. 예비후보 등록은 필수 절차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조기 등록을 통해 선거전 존재감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007년 서울축산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업계에 첫 발을 내딛은 뒤로 공격적인 영업 행보를 이어 왔다. 지난 2012년 서울축산새마을금고의 총자산은 287억9100만원 수준이었지만 올 상반기 기준 8724억4800만원으로 성장했다. 약 13년간 30배 가까운 증가로, 자산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지역금고 가운데 대형 금고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성장 배경에는 공격적인 영업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인근 금고와 함께 공동 대출을 일으키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공격적으로 수행했다. 지난 2018~2025년 상반기 서울축산새마을금고의 가계자금대출 잔액은 670억2600만원에서 329억4600만원으로 50.84% 감소한 반면 기업자금 대출은 87억8000만원에서 6917억8700만원까지 7779.12% 폭증했다. 가계자금 대출채권 잔액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상반기에는 7528억9500만원까지 상승했다. 지역 중심 서민금융보단 부동산 PF로 성장세를 견인한 셈이다.
서울축산금고는 PF발 연체율 증가에 새마을금고가 뱅크런(대규모인출사태) 홍역을 치렀던 2023년에도 PF자산을 유지했고, 이 과정에서 건전성 지표가 빠르게 악화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8년 0.01%에서 올해 상반기 23.48%로 급등했다. 손실위험도가중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0.06%에서 51.12%로 상승했다. 공격적인 영업의 리스크를 정통으로 맞은 셈이다.
이 같은 영업 기조를 두고 일부 금고 이사장들 사이에서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최근 상호금융권의 사회적·협동적 역할을 강조해 온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월 취임 직후 상호금융 감독체계 일원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새마을금고 건전성 관리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고위험 자산에 공격적 대출을 단행했던 유 이사장의 기조와 역행한다는 평가다.
공동대출을 둘러싸고도 이견이 존재한다. 새마을금고는 자치구별 협의회를 운영하며 공동대출을 추진해왔는데, 일부에서는 이 과정에서 부실이 야기돼 성동구 내 금고 합병의 배경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본다. 지난해 12월 성수·성동우리금고가 서울숲금고로 통합되고, 행당·성동중앙금고가 성동행당금고로 합병되면서 성동구 내 12개 금고 중 4곳이 통합됐다.
서울축산금고가 공동대출 주관사로 참여해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수료 수익을 확보했다는 해석도 있다. 익명의 금고 관계자들은 "당시 2년간 주관수수료 수익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서울축산새마을금고가 공동대출을 도모하면서 인근 금고 영업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라며 "공동대출을 시행한 금고의 형편이 어려워지면 주관수수료 일부를 돌려주기도 하지만 관행상 서울축산 새마을금고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수신 경쟁 과정에서도 논란이 뒤따랐다. 일각에서는 서울축산금고가 차량에 연 5~6% 금리를 안내하는 홍보물을 부착해 고금리 수신을 유도했고, 이 영향으로 주변 금고들의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축산금고의 저축성 예금 잔액은 2018년 757억6800만원에서 지난해 말 7755억9800만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도 11억3900만원에서 501억71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해 유 이사장은 직접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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