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4호선 길음역 10번 출구로 나오면 시야를 가로막는 높은 가림막과 '미성년자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노란 표지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팻말 옆 골목을 들여다보면 서울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로 불리는 '미아리 텍사스'가 자리하고 있다.
한때 수백 개 업소가 밀집했던 이 지역은 도시 슬럼화의 상징으로 남아 있었지만, 신월곡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약 7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월곡1구역은 지난달 24일 본격적인 철거에 들어가며 재개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월곡1구역은 개발을 통해 지하 6층~지상 46층, 11개 동, 2201세대(임대 197세대 포함)를 짓는다. 오피스텔 170실과 상업 및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도 함께 공급하는 복합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길음역과 단지를 지하 스트리트몰로 직접 연결하고, 북쪽·서쪽에는 어린이공원과 문화공원을 조성하며 생활 인프라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신월곡1구역은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여러 사유로 장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이후 2020년 사업시행계획 인가, 2022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거쳤다. 2023년 이주 공고 이후 보상협의를 진행하고 명도 절차를 밟은 뒤 올해 4월부터 철거를 시작했다. 현재 1개 업소가 여전히 이주를 거부하고 있으나, 구는 연내 철거를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삼았다.
이곳의 입지 여건은 개발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신월곡1구역은 길음역 초역세권에 위치해 있고, 내부순환로 이용이 편리해 강남 등 주요 업무지구 접근성이 우수하다. 현대백화점, 이마트 등 대형 상업시설과 성신여대·대학로 주변 상권이 가까워 주거 편의성도 높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기대감이 나타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길음역 초역세권인데다 초·중·고가 모두 인접해 있어 입지 경쟁력이 확실하다"며 "맞은 편 '롯데캐슬 클라시아'(2022년 준공) 전용 84㎡ 호가가 16~17억원인데, 신월곡1구역이 개발되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월곡1구역의 개발은 이 일대 이미지 개선과 주변 지역 가치 상승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월곡1구역 북쪽으로는 길음뉴타운과 미아뉴타운으로 공급된 아파트가 즐비해 있고, 월계로를 따라 동쪽으로는 장위뉴타운 개발이 한창이다. 인근 뉴타운과 함께 동북부 핵심 주거벨트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