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신용카드사의 영업환경이 나빠지면서 포용금융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모양새다. 차주간 카드론 금리 격차가 커지면서 중저신용차주의 부담이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다. 3분기 채권금리 인상과 함께 새 먹거리 발굴에도 어려움을 겪는 등 '삼중고'가 겹치면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신용카드사 8곳이 취급한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4.01%다. 지난 1월 대비 0.57%포인트(p)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차주에게 적용하는 평균 금리가 연 10.63%로 낮아지면서 인하세를 이끌었다.
반면 중저신용차주가 부담한 금리는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초 카드사 8곳이 신용점수 700점 이하 차주에게 적용한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7.32%였는데 지난 11월 0.09%p 오른 연 17.41%로 집계됐다. 고신용차주에게 적용한 평균금리가 1%p 넘게 낮아진 만큼 중저신용차주의 대출 환경은 더욱 팍팍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금융권 전반에 걸쳐 대출 문턱이 높아진 만큼 저신용차주는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신용점수가 높은 우량차주가 몰린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고신용차주가 몰리면서 신용점수 900점 이상 차주에게 적용하는 평균금리가 낮아진 반면 중저신용차주의 이용 행태는 유사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0.1%p 이하 소폭 조정은 사실상 횡보세에 가까운 수치로 봐야한다는 의견이다.
하반기 조달비용이 높아진 점 또한 중저신용차주의 금리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여전채 (AA+/3년물) 금리는 연 2.61%다. 기준금리 인하에 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에 선반영된 영향이다. 그러나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또다시 우상향 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달 28일 여전채 금리는 연 2.95%로 연내 연 3%대 재진입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음해 카드론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통상 카드사는 채권발생을 통해 조달한 사업자금을 2~4개월 뒤에 사용한다. 이달 높아진 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다음해 1분기 카드론 금리에 적용하는 것이다. 중저신용차주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요구하고 있는 포용금융과는 점차 거리가 멀어지는 셈이다.
카드업계는 카드론 금리 인상을 두고 불가항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반기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에 카드론이 포함되면서 1.5%p의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대출 한도 축소나 승인 거절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며 포용금융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관측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중저신용차주에게 적용하는 가산금리를 조정할 수는 있겠지만 내부 신용평가 모형에 따라 금리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만큼 한계는 뚜렷하다"라며 "특별히 중저신용차주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지 않고 총량규제에 한도가 줄어든 만큼 이자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했다.
채권 금리 인하 전망이 불투하다는 점도 금리 상승 압박을 키우는 요인이다. 여전채 금리는 기준금리 전망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최근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지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만기 도래 물량이 몰리는 다음해부터는 재조달 비용 증가 부담도 있는 만큼, 건전성 우려 또한 고민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새 먹거리 발굴 난항도 카드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데이터사업 등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지 못했고 제휴 마케팅 기반의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는 초기 비용 부담 대비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렌탈·할부금융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캐피탈·빅테크사와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어느 한 곳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장금리 인상 압력과 규제 강화, 수익원 부재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카드사가 주도할 수 있는 포용금융 방안은 결제수수료 인하로 한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신용카드 업계는 국세 납부 수수료 인하에 동참하면서, 이달 약 7년만에 신용·체크카드 국세 납부수수료이 인하 조치된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민생 부담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이어 두번째 수수료율 조정이다. 본업에서 경쟁력을 떨어뜨린 만큼 큰 결정을 내린 것이다"라며 "한편에선 업황 회복까지 본업 악화 방안으로 포용금융에 동참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다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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