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주요 시중은행 5곳에 약 2조원 규모의 과징금·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사전 통보했다. 조 단위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은행권 자본비율과 건전성 지표에도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과징금 감독규정에 따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 5곳에 제재 수준을 담은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우리은행도 홍콩H지수 ELS 판매사에 포함되지만, 판매 규모가 상대적으로 가장 적어 이번 사전통지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과징금과 과태료를 합친 총액은 약 2조원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재는 2021년 금소법 제정 이후 첫 조 단위 과징금이자 역대 최대 수준으로, 금감원은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위법 행위로 얻은 수입'을 판매수수료가 아닌 판매금액으로 보는 쪽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소법은 금융사가 위법 행위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번 조치는 이를 적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미 자율배상 등을 통해 일부 손실을 보전한 상황에서 조 단위 과징금까지 확정될 경우 위험가중자산(RWA) 확대와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등 자본비율에 미치는 충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과징금 규모만큼 추가 자본을 쌓아야 해 기업대출 여력과 생산·포용금융 운용에도 제약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다음 달 18일 제재심의위원회에 해당 안건을 상정해 본격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재심에서 과징금·과태료 규모와 기관·임직원 제재 수위가 가려지면 이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정례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부과액이 확정된다.
은행들의 실적 악화도 우려되고 있다. 통상 과징금과 과태료는 영업외 손실(비용)로 처리된다. 행정소송 없이 12월 중 제재 수위가 확정되면 이르면 이번 4분기 실적에 영업외 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