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기차·전력망 연계(V2G) 기술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제주도와 체결한 '그린수소 및 분산에너지 생태계 조성' 업무협약에 따라 다음달 말 제주에서 V2G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
V2G는 양방향 충전기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량의 잉여 전력을 다시 전력망으로 공급해 전기차를 에너지 저장장치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전기차·충전기·전력망 간 통신을 기반으로 전력 수요·공급 상황과 가격을 고려해 최적의 충·방전 시점과 전력량이 결정된다. 전력 수요가 낮고 가격이 저렴한 시간대에는 충전하고, 수요와 가격이 높은 시간대에는 전력을 방전하는 방식이다.
시범 서비스는 △현대차·기아의 사업 운영 및 기술 검증 △현대엔지니어링의 충전 서비스 분석·고도화 △제주도청의 제도 개선 △한국전력의 전기차-배전망 연계 등 민관 합동으로 추진된다.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에서 낮 시간 과잉 공급된 전력을 전기차가 흡수하고 야간에 다시 공급하는 구조가 가능해져 전력망 안정과 재생에너지 활용도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참가 대상은 아이오닉 9 또는 EV9 보유 고객으로 자택이나 직장에 충전기 설치가 가능한 경우에 한해 모집한다. 현대차그룹은 제주도청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공모를 진행하고 12월 말 총 55대 규모로 시범 서비스를 개시한다. 참여 고객에게는 양방향 충전기가 무료 설치되며 운영 기간 차량 충전 요금도 전액 지원된다.
그룹은 시범 운영을 통해 기술성과 사업성을 검증한 뒤 관련 제도 정비 상황에 맞춰 제주 상용화를 추진하고 국내 타 지역으로도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연내 유럽 첫 V2G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다. 현대차그룹은 네덜란드에서 12월 말부터 아이오닉 9·EV9 고객을 대상으로 완성차 업체 최초의 V2G 상용 서비스를 시행한다. 올해 2월 제공을 시작한 스마트 충전 서비스에 이어 V2G가 도입되면 전력 거래를 통한 추가 수익 모델도 가능해져 현지 신재생 에너지 활용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네덜란드 내 서비스 차종을 확대하고 영국 등 유럽 다른 국가로도 공급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대형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 발생 시 전기차의 전력을 비상 전력으로 활용해 가정에 공급하는 V2H(Vehicle to Hom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호근 현대차그룹 미래전략본부 부사장은 "V2G로 대표되는 전기차 활용 전력 기술이 전기차 고객에게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국내·해외 V2G 서비스가 현대차그룹 전기차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과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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