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바이오주가 차기 주도주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상승 흐름이 한계에 부딪힌 사이 미국 빅파마의 투자 확대, 국내 기술이전 성과, 외국인 순매수 등 복합 요인이 바이오 섹터로 수급을 재편하는 모습이다.
28일 한국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지수는 코스피·코스닥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KRX 헬스케어는 10.37%, 코스닥150 헬스케어는 14.52% 상승하며 테마 지수 중 상승률 1·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대 변동에 그쳤다.
ETF 시장에서도 바이오 관련 상품이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국내 바이오·헬스케어에 투자하는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 등이 최근 한 달간 각각 3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빅파마의 가치사슬에 투자하는 일라이릴리·바이오 ETF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냈다.
바이오 섹터 강세의 배경으로 '투자 사이클 변화'가 지목된다. 미국에서 빅테크가 조정을 받는 사이 머크·일라이릴리 등 대형 제약주의 주가는 한 달 새 20~34% 상승했다. 올해 들어 미국 빅파마의 M&A·기술이전 관련 투자는 360억달러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기술이전 계약과 임상 데이터 발표가 주가를 직접적으로 견인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이달 일라이릴리와 최대 3조8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이후 주가는 한 달간 70% 넘게 상승했다. 디앤디파마텍, 앱클론 등 신약개발 기업도 기술이전 기대와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강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성장주 선호 흐름 속에 바이오가 주도주 역할을 이어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기반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제형·전달 플랫폼 등 글로벌 자본이 집중되는 모달리티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의 부상도 새로운 흐름으로 평가된다. 최근 상장한 프로티나, AI 기반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시어스테크놀로지 등이 잇따라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업계는 연말연초 계절적 요인도 바이오주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상호관세 이슈가 일부 해소되면서 제약·의료용 원료에 대한 무관세 기조가 유지됐고, 글로벌 제네릭시장 수요 확대 전망도 제약바이오 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과거와 달리 가시적인 기술수출·플랫폼 수출 성과를 연달아 내고 있다"며 "내년은 임상 2·3상 주요 데이터가 집중적으로 발표되는 구간으로, 중소형 바이오기업 중심의 모멘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