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업계, PEF 확장 가속도…사업지도 다시 그린다


공모 펀드 부진·기업 구조조정 확대에 기업금융 진출 잇따라

최근 자산운용업계에서 전통적인 주식형 중심의 운용사들이 사모펀드(PEF)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최근 자산운용업계에서 전통적으로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운용사들이 사모펀드(PEF)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공모·사모 주식형으로 몸집을 키웠던 중견 하우스들이 이제는 경영권 인수, 기업 구조조정, 성장투자 등 기업금융 구간으로 본격 진입하는 양상이다. 공모 시장의 성장 둔화와 낮아진 수익성, 자산운용업 전반의 구조 변화가 이 같은 움직임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중견 운용사들, 바이아웃 시장으로 잇따라 진입

업계에서 PEF 영업으로 사업을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브레인자산운용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꼽힌다. 두 회사는 각각 KY프라이빗에쿼티와 타임폴리오캐피탈을 설립하며 경영권 거래, 이른바 바이아웃 펀드 운용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브레인자산운용은 계량 기반 주식운용에서 강점을 보이며 꾸준히 규모를 키워온 곳이다. 기업 분석 역량과 시장 데이터 활용 능력 등을 기반으로 저평가 기업을 찾아 발굴하고, 경영 개선과 구조 고도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밸류업 전략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식 운용에서 축적한 내재가치 분석 능력은 PEF 운용에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이유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공모와 사모를 넘나드는 절충형 전략으로 유명한 곳이다. 탄탄한 리서치 조직과 독자적인 투자 철학을 구축해온 만큼, 타임폴리오캐피탈 역시 단순 재무적 투자(FI)보다 성장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위탁운용사(GP) 성격의 투자를 지향할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특히 사업 재편 수요가 큰 중견기업의 경영 전략을 함께 만드는 방식의 투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자산운용업계의 대형 플레이어인 이지스자산운용도 기업금융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1위 부동산 운용사인 이지스는 2020년 이지스투자파트너스를 설립해 비핵심 사업부 매각, 기업 구조조정,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 실물자산 기반의 기업 지분투자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다만, 최근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과정에서 이지스투자파트너스가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양사간 연결고리는 약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 '관리보수'에 '성과보수'까지 노린다

운용사들이 PEF 시장으로 몰리는 배경에는 공모시장의 성장 한계가 있다. ETF를 중심으로 패시브 자금이 확대되고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커진 데다, 개인투자자 자금의 유입·이탈이 잦아지면서 전통적 주식형 운용은 수익성과 수수료 구조 모두에서 예전만큼의 매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반면 PEF 시장은 장기 투자 구조로 관리보수가 안정적이고, 성과보수를 통한 수익 확대 기대감도 여전하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중장기적으로 안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되는 셈이다.

사모펀드 시장 내부의 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규제를 전면 재정비하면서, 오히려 기업금융 중심의 전통적 PEF 모델은 시장에서 신뢰를 되찾는 분위기다. 주요 딜 역시 경영권 거래와 구조조정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전문성과 트랙레코드를 갖춘 하우스들에게 기회가 더 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의 비핵심 사업 정리와 지배구조 재편 흐름이 더해지면서 '딜 수요 확대 → 신규 GP 진입 증가'라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점도 주목된다. 고금리·저성장 국면에서 기업들이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업부 매각이나 지분 매각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PEF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 경쟁 본격화 속 '선별적 성공' 가를 요소는?

다만 모든 운용사들이 PEF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경영권 거래는 시장 분석뿐 아니라 협상력, 거버넌스 조율 능력, 밸류업 실행력, 회수 전략 설계까지 요구되는 고난도 영역이다. 특히 중견 운용사에게는 LP 확보 등 안정적인 자금 조달, 리스크 관리, 투자 이후 경영 역량이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이번 흐름이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자산운용업 패러다임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모·사모 주식형 중심의 구조가 한계에 이른 가운데, 운용사들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성장을 위해 기업금융·PEF 부문을 차세대 먹거리로 삼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PEF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들어섰지만, 산업 재편이 지속되는 한 투자 기회는 계속 생긴다"며 "중견 운용사들도 단순한 시장 투자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기업금융 영역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운용사들의 PEF 진입 속도는 업계 전체 체질 변화 과정의 일부"라며 "향후 2~3년은 각 하우스의 실제 성과가 드러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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