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터전 보존해달라"…서리풀2지구, 공청회 무산


서리풀2지구 공청회 주민 반대로 무산
성당 신도·원주민 "법적대응 불사"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서리풀2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청회가 주민들의 침묵 시위로 무산됐다. /송유동마을 대책위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을 확대하고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인 서리풀지구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만, 종교계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1월 지구 지정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마을 존치를 요구하며 공청회를 취소시켰다.

24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서리풀2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청회가 주민들의 침묵 시위로 취소됐다. 앞서 지난달 1일에도 주민들의 반대로 서리풀2지구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바 있다.

강제 수용에 반대하는 우면동성당 신자와 송동마을·식유촌 주민들은 행사 약 1시간 전부터 현장에 결집해 "종교 자유 보장하라" "강제 수용 절대 반다"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진행했다.

행사가 취소된 후 백운철 우면동성당 주임 신부는 성명문을 통해 "국토부와 서울시는 계획 발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혀 대화를 시도하지 않은 채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며 "보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보존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서리풀지구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수도권 신규주택 후보지 중 한 곳이다. 염곡동·내곡동 일대의 1지구(20만8074㎡)와 우면동 일대(19만3259㎡)의 2지구로 나뉜다.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는 서울 서초 서리풀1·2지구(2만 가구)를 포함해 경기 고양 대곡(9000가구), 경기 의왕 오전·왕곡(1만4000가구), 경기 의정부 용현(7000가구) 등 4곳이다. 이 중 서리풀지구는 서울에서 12년 만에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지역인데다 강남권 입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이곳들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2029년 분양, 2031년 첫 입주를 목표로 세웠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서리풀지구를 찾아 "관계 기관 사전 협의 등 단계별 절차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내년 1월쯤 지구 지정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라"면서 "사업 과정 전반에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주민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는 등 세심하게 조치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우면동성당 신자들과 송동마을·식유촌 주민들은 이번 개발 계획이 종교의 자유와 주거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우면동성당이 포함된 천주교 12지구 11개 성당 신자 9372명과 송동·식유촌 주민 147명 등 총 9519명은 서리풀2지구 강제 수용 반대청원서를 국토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신도들과 주민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성당과 마을의 존치를 전제로 한 대안적 개발이다. 이곳이 우면동성당 신자 4000명의 터전이자 500년 역사를 이어온 집성촌이라는 점이 보존을 요구하는 이유다. 이들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송동마을·식유촌은 서리풀1·2지구 전체 면적의 1.88%에 불과하다"며 "성당과 마을 존치는 주택과 토지의 문제가 아닌 종교·문화·역사·전통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공청회는 2~3주 후 다시 개최될 예정이지만 국토부의 기조가 유지될 경우 또 다시 파행에 이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송동마을 대책위 관계자는 "강제 수용이 지금처럼 계속 추진된다면 국토부와 서울시 등 관련 기고나을 대상으로 집회를 여고, 헌법소원, 행정심판 등 법적대응을 불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nm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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